혹시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를 보셨나요?
20년 전인 1999년에 나온 영화지만 그때 벌써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을 논했다는 게 대단합니다.
옛날의 영화 소재였던 것들이 나중엔 실생활에 나타나는 게 많더군요.
몇 년 전 세계적인 바둑 귀재 이세돌 9단을 이겼던 알파고를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알파고가 전 세계 바둑계를 제패하고 은퇴한지 1년여 후 그 알파고를 상대로 100 대 0 압승을 거둔 괴물 같은 성능의 알파고 제로가 등장했지요.
알파고는 인간의 바둑 기보를 이용해 학습했지만 알파고 제로는 스스로 대국하면서 짧은 시간에 그토록 진화했다니 놀랍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자료 : 네이버 영화 '매트릭스(Matrix)'란 그러한 인공지능이 만든 인간 사육체계를 말합니다.
인공지능에 의해서 인간들이 배양되고 재배되어 인공지능의 전력원이 되는 충격적인 시스템이죠.
인간은 그 매트릭스 속에서 일생을 튜브 속에 갇힌 채 기계들이 주입하는 가상현실 속의 삶을 살아갑니다.
가상현실을 실제 현실이라고 착각하며..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인공지능의 능력을 고려해 보면 그 영화에서의 가정인 2199년쯤에는 인간인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이 마치 매트릭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우리의 교육시스템을 보세요.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까지 교육의 목표는 오로지 일류 대학에 진학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일류 대학에 진학하면요?
그다음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다음 목표가 되겠지요.
연봉 1억이 넘어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에 입사하는 소수의 청년들만은 몇 년 내로 자본주의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는 것과 쓰는 것을 맞춰 사느라 자본주의 속에서의 삶이 늘 빠듯하겠지요.
그래서 항상 갈망합니다.
고용주에게 내 인생의 일부를 팔고 품삯을 받는 삶이 아닌 뭔가 다르게 살아가는 방식이 있을 거란 것을 말입니다.
영화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I can only show you the door. You are the one that has to walk through it.
"내가 너에게 문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그 문을 나가는 건 네가 직접 해야 해"
우리가 늘 호흡하는 공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중학교 즈음부터는 대학입시에 인생의 사활을 거는 삶이 그 증거가 아닐까요?
결국 대학이라는 건 자본주의 시스템에 종속되어 일해 줄 고급 근로자 양산체계일텐데 말이지요.
비록 고급 근로자라고는 하지만 요즘엔 '고급 노예'라고 불리는 걸 몇몇 글에서 보았습니다.
아무리 고급 근로자라고 해도 결국은 자본주의 기반을 떠받치는 대다수에 포함된다는 뜻이겠죠.
저는 이 세상의 모든 직업은 귀천(貴賤) 없이 숭고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의 청소부, 아파트 경비원, 공무원, CEO, 대통령까지 모든 직업의 무게는 동등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를 뿐이니까요.
누구나 쉽고 편한 직업만 갖겠다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게 뻔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갑질하는 인사들이 TV 방송을 타지만 이는 그 사람의 인성 수준의 문제라고 봅니다.
어제는 집 근처 야산에 큰불이 나서 수많은 소방대원과 경찰들이 밤을 꼬박 새며 생고생을 했습니다.
저는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분들 역시 자본주의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따라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부족하지 않은 임금을 받는 분이라면 굳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달리 생각해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모두가 자본주의 매트릭스를 빠져나가면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겠지요.
그런데도 제가 자본주의 체계에서의 일탈을 얘기하는 건 결국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매트릭스 탈출에 성공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매트릭스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주류에서 벗어나 외로운 비주류의 삶을 살아야 할 겁니다.
삶의 여러가지 면에서 오랫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것들을 부정하며 그에 저항해야 할테니까요.
자본주의 사회를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자본주의의 정체부터 파악해야겠지요.
다음글에서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