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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규 Oct 09. 2019

욜로(YOLO)와 미니멀리즘

잘 짜인 미니멀리즘이 결국엔 진정한 욜로(YOLO)를 이끌어준다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라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는 미래의 인생이 아닌 당장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삶의 스타일이다.

욜로에서 중요한 핵심은 '소비'라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나 저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제로 빚이라면 욜로 라이프가 멋지지만 빚을 내서 욜로를 추구하다간 나중에 골로 갈 수 있다.

할부로 차 사고 폰도 사고, 신용카드로 취미생활 즐기고 물건 사들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빚은 점점 괴물처럼 불어난다.

그러다 보면 직장 다니는 목적이 카드대금, 대출금과 할부금 상환을 위한 것으로 변질되고 만다.

직장은 자아실현과 내적 성장을 이뤄가며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어야 바람직하지만 이제는 그저 도덕 교과서에나 나오는 허망한 원론에 불과하다.

자본주의가 알게 모르게 당신을 세뇌시키는 가상현실을 냉정하게 거부해야 한다.

TV광고,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서는 교묘하게 사람들을 꼬드긴다.

잘 빠진 자동차를 비롯해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그 물건을 소유하면 갑자기 고귀한 상류층이라도 되는 것처럼 유혹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 두 개를 건네며 선택하라고 말한다.

파란 약은 매트릭스 안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아가게 해 주고 빨간 약을 먹으면 매트릭스 밖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빨간 약을 먹고 모피어스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매일 오트밀만 지겹도록 먹으며 매트릭스 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살아왔던 때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매트릭스에서 먹었던 진미들은 사실 실제로 먹은 게 아니라 먹었다고 착각하고 맛있었다고 느끼게 된 가상현실 속의 이야기다. 튜브 속에서 배양 중인 인간에게 그렇게 느끼도록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로 가상현실을 주입시켜 온 것이다.


혹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매트릭스에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자본주의 시스템이 보여주는 온갖 풍요로움을 모두 마다하고 절간에서의 삶과 비슷한 미니멀리즘을 택하라면 과연 몇 명이나 호응할까?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말의 유래는 1960~70년대 미국에서 예술분야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음악, 미술 등에서 불필요한 기교를 지양하고 본질만 남겨서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일상생활에서의 미니멀리즘은 '잃어버린 20년'의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에서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부터 일본인 작가들이 쓴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들이 한국에서도 유행했다.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평소에 관리하고 정리하는데 낭비할 시간 역시 줄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벌어들인 시간과 자원은 자신을 진정으로 성장시키는데 쓰자는 것이다.


행복의 비결은 더 많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것으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 소크라테스


미니멀리즘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인간의 기초대사량과 유사한 면이 있다.

기초대사량이 높은 사람은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소모되는 에너지가 많다.

그런 사람은 살이 찌기 힘들어 마른 몸을 가졌다.

기초대사량이 낮은 사람은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할 정도다.

여기서 기초대사량을 경제적 지출로, 찌는 살을 저축액이라고 바꿔보자.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야 하는 지출액이 많을수록 저축여력이 줄어든다.

필수 지출액이 적을수록 더 많은 저축을 할 수 있다.

그러면 누구나 고정 지출액을 줄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생활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국산 경차와 고급 외제차의 유지비만 생각해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결국 미니멀리즘의 요점은 이런 것이 된다.

없어도 되는 것은 애써 갖으려 하지 않는다.

작은 걸로 된다면 굳이 큰 걸 탐하지 않는다.

1개로 되는 거라면 2개 이상을 욕심내지 않는다.

저렴한 걸로도 된다면 체면상 비싼 거 탐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겠다.


오래전 일이 생각난다.

구닥다리 휴대폰을 가진 지인이 있었다.

뒷면의 배터리가 본체에서 이탈되는 경우가 있는지 휴대폰을 끈인가 테잎인가로 꽁꽁 묶어둔 걸 봤다.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당하게 자신의 궁상맞은(?) 휴대폰을 보여줬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가 궁상맞게 보이기는커녕 향후 몇 년 내로 경제적 자유를 맞을 후보로 보였다.

아껴 쓰는 알뜰함이 휴대폰 하나에 국한된 게 아닐 테고 보나 마나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일 테니까.

인터넷 카페 등을 찾아보면 단순한 삶과 경제적 자유를 위해 기꺼이 짠돌이 짠순이 스타일의 삶을 사는 사람이 실제로도 적지 않다.


자본주의에서 채무 노예로 살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옳다고 받아들였던 모든 것을 의심해 봐야 한다.

"사회초년생은 열심히 저축하고 적당히 대출 껴서 일단 집부터 장만해야 한다."

"차를 어떻게 일시불로 사? 할부로 사는 게 당연하지."

"신용카드 없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

"평상시 신용등급 높여 놔야지. 나중에 필요할 때 쉽게 대출받지."

"주거래은행 정해서 거래를 집중해야 고객등급 올라 혜택 받지"

"다 늙어서 돈 많으면 무슨 소용이냐. 젊을 때 여행도 다니며 하고 싶은 것 하며 즐기며 살아야지."


중년이 될 때까지 미니멀리즘 쫓으며 궁상떨란 얘기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덫을 피하면서 자본주의 매트릭스를 탈출하기 위한 시도를 가급적 빨리 하란 뜻이다.

그래야만 아직 청춘일 때 진정한 욜로 라이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따라 삶의 규모를 줄여 빚 없이 살게 되면 금융위기가 아무리 닥쳐도 생채기 하나 입지 않을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삶을 간결하게 정리해 주는 효과도 있다.

시중에는 미니멀리즘을 비롯해 단순한 삶을 권유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있다.

사용하는 물건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낭비하던 시간까지 줄이라고 한다.

적게 가지고 산다고 궁색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시간 여유가 더 많아져 여행도 다니고 취미생활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삶의 방식을 간결하게 해서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우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는 점이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본질에 집중할 여력을 만들어 준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요란한 치장을 걷어내 버리면 조용히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다 걷어내고 나면 정말로 소중한 것들만 남기 때문에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잘 짜인 미니멀리즘이 결국엔 진정한 욜로(YOLO)를 이끌어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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