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텍이 Dec 14. 2021

내 마음을 비추는 한 잔

삶기술학교 뉴스레터 제삶지대 53호 2021. 7. 30. Fri



술 좋아하시나요? 자신에게 술이 어떤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실까요? 세상 만물 의미를 담지 못할 것이 없다지만, 술은 특히 철학적으로 통하는 것 같아서, 각자마다 의미가 있지 않을까 했어요.


전 술을 많이 즐기진 않아요. 술을 무지 못하거든요. 아아 왠지, 술 못하는 애가 술 얘기 한다고 하니 뒤로 가기를 하실 것 같은 불안한 기분도 듭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술이 맛있네 마네 그런 얘기가 아니라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마신다는 것’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해요.


이런 저도 꼭 술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괴로울 때, 소중한 사람들이랑 만났을 때,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입니다. 모두 ‘내 진심을 마주할 때’에요. 괴로울 땐 고통을 덜려고, 소중한 사람들이랑 만났을 땐 더 즐겁게 놀고 싶어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는 내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요

원할 때 술을 마신 다는 건, 마음의 저울에서 부담감이라는 추를 들어 올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진심을 꺼내고 싶은 마음과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싸워서 복잡할 때, 고생한 후 자유로움을 더 느끼길 바랄 때 추를 들어서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거죠.       

                               

그렇지만 술을 마시고 시간이 지나면 깨듯이, 추를 들어 올리는 손이 영원하진 않아요. 그게 내 마음에서 사라지길 바란다면, 술로 인해 추가 들렸을 때 그 추를 차버리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죠. 당장 하지 않더라도요.


그 추를 없애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은 내 상태를 아는 것인데, 답은 이미 내 안에 있을 거예요. 내 상태를 ‘아니까’ 내가 ‘술이 마시고 싶어진 거’ 라 생각해요. 이럴 때 술을 마신다는 것은, 시작 전부터 막막해진 사람들에게 답을 스스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과 같습니다.

각각 형태는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지하고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도, 우리 마음속에 작동하고 있는 메커니즘 일 겁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순간을 만들고자 하는 내 삶에 대한 마음을 바라보게 되는 거지요.


술은 문명의 시작과 동시에 지금까지 계속되어오고 있어요. 술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으면, 진작에 없어지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긴 역사를 가지고 이어오고 있는 이유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내가 완전한 나로서 살지 못할 때도 있을 거예요.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도 있을 거예요. 그때 그 마음을, 스스로가 먼저 알아주세요.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건, 더 나은 나와 더 나은 환경을 바라는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마구 질타하지 말고요.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코로나 방역단계가 격상되면서, 기쁜 마음 혹은 지치는 마음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 힘들어졌어요. 혹시 오늘, 만나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술과 함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실 분들이 계실까요?


 그러면 오늘 나를 위한 한 모금이 나를 향한 한 걸음이라 생각해 보세요. 존경하는 사람의 안녕을 바라듯, 스스로를 응원해 주세요.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살면서 지치는 날들에도, 독자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 자신’이 되었으면 합니다. 


일주일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독자님의 안온한 날들을 바라요. 


– 삶기술학교 yon


[책] 술로 인생 들여다보기 - 아무튼 '술'

‘아무튼’시리즈의 ‘술’ 편입니다.


아무튼의 뜻은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있든’입니다.  ‘아무튼’시리즈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어가고 싶은 ‘무언가’, 정말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리즈에요. 아무튼 ‘술’은 술에 관한 이야기이고요.


아무튼 시리즈는 작가가 매번 달라, 같은 아무튼 시리즈를 보는데도 다 다른 느낌이 드는데요. 이번 편은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 시리즈의 작가는 술로 자기 삶을 관찰하고 있어요. 술로 풀어내는 작가의 삶,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재미와 희망이 문장으로 다가왔어요. 정말 ‘술술’ 읽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문장


“누군가에게 술은 제2의 따옴표다. 평소에 따옴표 안에 차마 넣지 못한 말들을 넣을 수 있는 따옴표. 누군가에게는 술로만 열리는 마음과 말들이 따로 있다 (..중략..) 나의 오랜 술친구들과 미래의 술 친구들과 오래오래 술 마시면서 살고 싶다. 너무 사소해서, 너무 유치해서, 너무 쿨하지 못해서, 너무 쑥스러워서, 혹시 기분 상할까 봐, 관계가 틀어질까 봐, 어색해질까 봐 같은 계산 다 던져버리고 상대를 믿고 나를 믿고 술과 함께 한 발 더. 그러다 보면 말이 따로 필요 없는 순간도 생긴다. 그저 술잔 한 번 부딪히는 것으로, 말없이 술을 따라주는 것으로 전해지는 마음도 있으니까.”


[뉴스레터] '뉴술레터'

매주 수요일에 발간되는 뉴술레터입니다.


술과 관련된 각종 이벤트, 장소, 신상품, 레시피 등등 ‘술 전문가들’의 정보만 긁어모은 뉴스레터입니다. 가까운 기념일과 묶어 술을 추천하기도 하고, 새로운 술들 소식도 알려주기도 하고요.


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뉴스레터였다면, 제게 흥미도가 떨어졌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술과 관련된 흥미로운 정보들을 가볍게 읽어볼 수 있거든요. 


술을 좀 알기 위해선 많이 마셔야 하는데, 잘 마시고 싶고 술을 잘 알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사람들의 어느 한구석을 긁어주는.. 그런 시원한 맛이 있답니다.


[유튜브] 술이 설탕 물 처럼 보이는 기적 : 유튜브 정창욱의 오늘의 요리

TV에 종종 나왔던 (김유정 닮은꼴로도 유명한!) 정창욱 셰프의 개인 유튜브입니다.


그 중에서도 '짜글이' 편을 가져왔어요

친한 동생들 챙기며 편하게 주고 받는 말들, 무심한 듯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장면들을 다 보고 나니 왠지 알던 사람 집에 갔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정창욱 셰프가 술을 정-말 좋아해서, 거의 매 회 요리를 하면서 술을 마시는데요.

영상의 친근한 매력에 푹 빠져 보다보면, 저들이 마시고 있는 소주가 그렇게 달아보일 수가 없어요. 

영상 한 개 끝날 때 마다, 침 폭발하니 주의하면서 보세요.


[가 볼 만한 곳]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기 : 책 바 

https://www.instagram.com/p/CW8LhQDPmsU/?utm_source=ig_web_copy_link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책 바’입니다. 여기서 술을 마시며, 책도 읽고 개인적인 작업들도 할 수 있어요. 사장님만의 시선으로 큐레이션 한 책들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매력은 소설이나 영화와 관련된 메뉴들이 있다는 건데요. 소설 속에 나온 ‘술’ 혹은 그 술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책 바 자체 제작 메뉴들을 마셔볼 수 있다는 거예요.


메뉴를 몇 개 소개해보자면, ‘위대한 개츠비’의 진리키 / 1Q84의 커티삭 하이볼


책 바 자체 메뉴는 ‘별주부전’의 감홍로 (자라가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가려고 꼬드길 때 언급한 술)


재즈가 있고, 책이 있는 아늑한 분위기에서 문장으로 표현된 맛들을 즐기는 시간- 한 번 즈음은 가보기를 추천드려요.


[음악] 원하는 삶으로 :  전진희의 '취했네 (feat. 곽진언)'


전진희의 ‘피아노와 목소리’ 앨범에 있는 ‘취했네’라는 곡입니다. 노래는 관진언이 불렀어요.                

멜로디는 전혀 슬프지 않은데, 가사가 어딘가 씁쓸해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싶어 /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어 / 한 번 더 일어설 수 있는 힘이 / 나에게 찾아와주길 / 기도해



과거는 돌아갈 수 없고, 내게 주어진 건 지금입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저 가사를 쓴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충실히 살고 싶은 사람이요. 가사에 공감하신 분 계실까요? 그런 분들께 제 응원과 기도도 같이 보내요.


 자기가 바라는 삶에 어제보다 오늘 더 가까이 다가가길 바랍니다.


편지를 보낸 곳, 삶기술학교 둘러보기


작가의 이전글 삶을 지탱하는 습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