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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텍이 Dec 14. 2021

마음을 잇는 선물

삶기술학교 뉴스레터 제삶지대 54호 2021. 8.7 Sat

오늘의 BGM


선물 때문에 다들 고민 한번 즈음은 해보신 적 있으시죠? 저는 매번 고민하는 것 같아요. 조금 있으면 선물할 일이 있어서 요즘도 고민하는 중입니다. ‘내가 쓸 걸 산다’고 하면 쉽게 결정될 일들이, 남에게 ‘선물한다’고 하면 선뜻 결정하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왜 고민할까요? 그 이유는 선물을 받을 사람이 진짜 좋아할지 모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또 한 층 더 들어가 봅시다. 진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그에 연연하게 되는 이유는, ‘내 마음이 다 표현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일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이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미안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죠. 상대방에게 감사하기 위한 건데, 파고 들어가 보면 ‘내’가 있습니다. 선물하고자 하는 사람이 내 인생에 어느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선물 고르기 위해 기억을 정리를 하는 과정을 떠올려볼게요. 각자만의 순서가 있겠지만, 저는 일단 이렇게 합니다.

1. 그 사람의 현재 상황을 생각하며 불편한 점이 있는지 따져봐요.

2. 과거에 그 사람이 했던 말을 생각해 봐요.

3. 그 사람에게 이런 게 있으면 좋을 텐데 하며 예전에 혼자 떠올렸던 것도 생각해 보고요.


이미 내 일부가 된 상대와의 시간을 다시 파고드는 과정이에요. ‘그 사람이 좋아했던 것’, ‘그 사람과의 추억’ 같은 것들을 뜯어본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드는 일이죠. 분명 에너지가 들지만 선물을 주는 사람에게도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렇게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우리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 서로의 마음을 잇는 일입니다. 선물을 받는 입장이었을 때도 생각해 보세요. 선물을 받아서 행복했던 순간에, 내가 그 감정을 느낀 이유 중엔 ‘상대가 나를 생각한 마음을 보았기 때문’도 있지 않나요?

선물로 전달하고 싶은 ‘고마움’이라는 단어는, 고대시대 ‘곰’이라는 단어에서 시작 되었대요. 당시 ‘곰’과 동의어인 ‘감’은 신이라는 뜻이었고, 신은 공경과 존귀의 대상이었고요. 여기에 +아 라는 접미사가 붙어 ‘고마’ 라는 단어가 생겼고, 그 ‘고마’는 그대로 ‘공경’과 ‘존귀’라는 뜻으로 쓰였답니다. 뒤에 ‘-ㅂ다’가 붙어서 ‘고맙다’라는 형용사가 나온거고요.


아주 옛날, ‘고마‘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고마움 안에는 ‘공경’과 ‘존귀’가 담겨있어요. 그것을 누군가에게 표현한다는 것은 그런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겠죠. 우리는 종종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의 시간과 마음을 담아내어 선물해요. 그것이 꼭 선물이 아닐지라도 표현할 방법은 있지만요.


우리가 선물하고자 하는 존재는 그게 누구든간에 우리에게 공경의 대상, 존귀한 사람이란 뜻 일거예요. 제 해석이 과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당장 선물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 사람이 독자님에게 존귀한 사람이고, 그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나요? 

살다보면 감사한 순간들이 정말 많고, 그만큼 고마운 사람도 정말 많아요. 그런데 그런 마음을 표현할 때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게 어떤 이유인지간에, 우리가 표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언젠가 후회로 돌아올 때가 있지 않을까해요.


고마움을 표시할 순간들이 다가올 때, 선물을 고르고 상대방을 생각하는 시간이 독자님 스스로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라는 걸 느껴보시길 바라요. 제가 언젠가 읽은 시에서 그려내던 장면들을, 독자님도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평화> 박승우의 ‘생각하는 감자’에서


장미 가시가 장미꽃을 찌르지 않는 것 

장미꽃이 장미 가시를 한몸으로 생각하는 것

뿌리와 줄기와 잎과 가시와 꽃이 한나무에 함께 사는 것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것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것


단점을 받아들이고 아픔을 보듬어주며 서로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관계, 그 안에서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모두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일 인 것 같아요. 지금의 독자님을 만든 ‘소중한 사람들과 같이 한 시간’을 여행하며- 선물하는 독자님의 마음, 선물을 받을 지인분의 마음, 모두의 마음이 물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주도 수고 많으셨어요. 오늘도 앞으로도 독자님들의 날들이 매일 선물 같기를 바랍니다. 


-삶기술학교 YON


소개하고 싶은 것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것을 - 정성을 담은 일오백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것들을 주고 싶어져요.

그래서 더 좋은 물건, 더 예쁜 것들을 찾는 

끝없는 여행을 하게 되기도 하지요.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 중이신 분들께, 

이곳에서 정성을 담아 만든 일오백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뉴스레터가 발행되는 이곳, 

삶기술학교가 있는 한산에는 

‘소곡주’라는 긴 역사를 가진 전통주가 있어요. 


이 지역의 깨끗한 물과 쌀, 국화와 누룩, 

그리고 정성을 넣어 만든 

꽃을 품은 달콤한 술입니다.


우리는 일오백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정성과 마음을 잇고 있어요.


받으시는 분이 한 모금을 넘기실 때, 

선물하는 분의 진심이 마음에 퍼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할게요.


다가오는 기쁜 날엔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맛있고 좋은 술, 일오백 어떠세요?


[영화] 우리는 인생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는 여행자 - “어바웃 타임” (2013)

어느 날 아버지에게 가문의 비밀을 들은 팀. 그 비밀은 바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꿈을 찾으러 런던에 간 팀은, 그곳에서 사랑하는 여자 메리를 만나요. 메리를 만나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만들고자 시간을 넘나들지만, 얽히고설킨 상황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는 없어 보이는데요.  


이 영화는 메리와의 사랑 영화처럼 보이지만, ‘지금’, ‘감사’, ‘시선’의 중요성도 말하고 있어요. (스포주의!) 영화를 보게 되신다면 팀과 메리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부터, 그 메시지들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팀이 아이가 생기기 전으로 여행을 한다면, 엮인 여러 상황들이 바뀌며 한 생명이 탄생하는 찰나의 순간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게 되어요. 그렇게 팀은 지금의 아이가 태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지요.   

아이를 낳기 전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 다짐하며 살던 어느 날, 아버지가 병세 때문에 돌아가시게 됩니다. 이후로 팀은 아이를 갖기 전,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언제든지 과거로 가서 볼 수 있는 아버지와 작별 인사를 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아이를 낳기 하루 전, 팀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고 옵니다. 거기서 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지요.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팀에게 삶을 더 풍요롭게 사는 비법을 말해줘요. ‘똑같은 하루를 두 번 살아라. 첫날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느끼면 행복을 배울 수 있다’고요.


팀은 아버지의 말씀을 안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됩니다. 그러고는 다시 시간 여행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아버지께서 말해 주신 행복을 찾는 법 대신, 행복을 찾겠다는 시선으로 지금에 감사하며, 매일 서로에게 충실히 사랑하는 날들을 보내게 되어요. 팀의 마지막 말을 옮길게요.                      

“이제 난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단 하루조차도. 그저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을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우린 항상 우리 인생 매일의 시간 여행을 함께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


팀 말대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매일 같이 시간 여행을 하고 있어요. 매일 최고의 날을 보내는 방법은, 팀의 아버지의 비법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해요. ‘새로운 시선으로’ 살아가기.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면, 지금 당연하게 있는 내 주변의 사람들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마음이 시선의 주인공인 ‘나’의 마음이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책] 위로의 문장을 선물하는 것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엮음, 1998)


1998년에 류시화 시인이 엮은 책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입니다.


제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시집이에요. 각기 다른 각자만의 인생의 마디를 넘을 때, 마냥 좋기만 하진 않잖아요? 분명 힘든 일이에요. 에너지를 쓰는 만큼 늘 긍정적인 감정만 차진 않을 거고, 후회나 불안감이 몰려오기도 하지요.


제가 그 시기를 맞이했을 때, 저를 가장 많이 보듬어 준 시집이 언젠가 지인이 외로운 날에도 위로가 되었으면 해서 선물하곤 했어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목소리가 담긴 시를 읽고 나면, '알 수 있었는데 몰랐던 것들'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마음과 태도가 조금은 새로워져요. 하루를 선물 받은 기분이 들어요.


두껍지 않고요, 길지 않아요. 시집이라서 마음에 드는 한두 문장 정도 외워둘 수도 있어요. 언제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문장이 필요할 때, 혹은 그런 마음을 선물하고 싶을 때 어느 페이지나 펴 보아도 되는 시집이에요. 독자님께 추천합니다.


[음악] 내 마음을 멜로디로 - 옥상달빛의 '선물할게' (앨범 Each other 중에서)


2012년에 나온 옥상달빛의 ‘선물할게’에요.


‘벅찬 네 모습 보며 웃는 너를 보며

내 마음도 행복해져요’


‘우린 너무나 먼 곳에 떨어져 있지만

널 만나 행복해졌어’


‘우린 너무나 먼 곳에 떨어져 있지만

널 도와 행복해졌어’


서로의 웃음이 행복한 사이, 

서로의 만남이 행복한 사이, 

서로의 도움이 행복한 사이.


이런 관계들이 독자님 곁에 있길, 

그런 마음들로 독자님의 세상이 

가슴 벅찰만큼 더욱 아름다워지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뵐게요!


-  독자님을 만나 행복한 삶기술학교 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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