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로만 살 때는
집에 늘 김치가 있었다.
김치는 늘 집에 있는 줄 알았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김치가 귀한 줄 알게 되었다.
여전히 김치를 책임져 주시는
우리 엄마.
엄마의 엄마 노릇은
끝날 줄을 모른다.
나는 우리 엄마처럼
내 아이들에게 할 수 있을까.
김치 담그는 방법도 모르면서.
어렸을 때
집에서 엄마가 김치를 담그면
나는 누워 있다가
"고춧가루 가져와."
"그거 좀 가져와."
그럴 때마다 일어나
하나씩 건네주던 딸이었다.
그리고 김치가 다 되면
옆에 쪼그리고 앉아
맛만 보며
맛있다고 외치기만 하던
철없는 딸.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너무했다 싶다.
그래서 요즘은
김치를 보면
마음이 먼저 아프다.
김치가 아니라
엄마가 떠오르고,
그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던
나를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