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라는 점


학교 운동장에서
선생님이 한 학생을 지명해
기준! 하고 외치면,
우리는 그 아이를 중심으로 모였다가
양팔 나란이를 외치며 다시 흩어졌다.


기준은 늘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키가 작거나, 줄을 잘 서거나,
선생님 눈에 먼저 들어온 누군가.

그 아이가 한 발 옮기면
우리의 위치도 함께 바뀌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보이지 않는 운동장 위에 서 있었다.


누군가의 삶을 기준 삼아
앞서 있는지, 뒤처졌는지 가늠하고
조용히 줄을 고쳐 섰다.


생각해 보면
그날의 기준은 정답이 아니었다.


단지 질서를 만들기 위한 임시의 점.


그 점이 없으면
우리는 서로 부딪히고,
너무 멀어졌을 뿐이다.


이제는
타인의 위치가 아니라
내 숨이 가장 편안한 자리에
기준을 두고 싶다.


양팔을 벌리지 않아도
넘치지 않고,
줄을 맞추지 않아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리.


기준은 비교가 아니라
나를 바로 세우는 점이어야 한다.







기준 (基準)


1. 사람들 사이에서 질서를 만들기 위해 잠시 세워지는 점.
운동장에서 한 아이가 그랬듯,
정답이라기보다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한 약속에 가깝다.


2. 나를 평가하기 위해 타인의 위치를 가져다 놓을 때 생기는 선.
앞섰는지, 뒤처졌는지를 재기 위해
조용히 마음속에 그어지는 보이지 않는 자.


3. 비교를 내려놓고 나를 바로 세우는 자리.

양팔을 벌리지 않아도 넘치지 않고,
줄을 맞추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숨이 가장 편안한 지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익숙해져 가는 하루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