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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어시인 Dec 29. 2021

인정할 줄 아는 겁쟁이

난 나다운 겁쟁이랍니다. 

사실 나 자신을 인정하기가 겁났어. 


내가 진짜 누구인지 찾지도 않고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찾아 헤맸거든. 

저기 마음 한 구석에서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겁쟁이의 모습으로 나는 매일같이 울고 있었어. 

그렇게 울고 있는 나를 외면해온 내가 참 비겁했고 또 다른 겁쟁이로서 살아가고 있었지.      



어느 날 나를 잃어버린 그 순간 길을 잃고 방황하던 때, 진짜 나를 찾다가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던 나를 만날 수 있었어. 꽁꽁 숨어있던 그 작은 나는 사실 이 한 마디를 위해 기다려왔던 걸지도 모르지.     

  

“그동안 많이 힘들고 외로웠었지? 미안해, 너를 모른 체해서.”     


나는 사람들과 다른 나를 보게 될까 봐 겁나고 두려웠어. 여긴 사람들과 다르면 금방 소외당하고 불편한 존재로 여기거든. 그래서 버림받을까 봐 혼자 외로이 남겨질까 봐 나를 인정하지 못했어. 나는 그 사람들과 같은 존재라며 나의 다름을 애써 숨기고 억눌러왔었어.   

   

그런데 말이야. 살아보니 그게 맘처럼 쉽지가 않더라고. 겉으로 아무리 비슷하게 흉내를 낸들 난 결코 그들처럼 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거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이후로는 결코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그래서 나는 그냥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삶을 살아가는 게 어떨까 싶어. 그렇다고 내 안의 겁이 사라지는 게 아니야. 난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겁쟁이로 남게 될 거야.


사람들과 동 떨어지는 소외감에 대해 두려워할 테고, 보이지 않는 그 순간이 올까 겁내겠지. 하지만, 예전에는 나를 외면하는 겁쟁이였다면 지금은 나를 인정하는 겁쟁이라는 게 다르지. 


두렵지만 도전해보려는 겁쟁이, 부족함이 많지만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살아가려는 겁쟁이, 알아듣지 못할까 봐 여전히 습관처럼 전전긍긍하겠지만, 들리는 범위 내에서는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겁쟁이, 듣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기보다는 더 많이 볼 수 있음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겁쟁이, 실패할까 봐 시작을 머뭇거리지만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볼 줄 아는 겁쟁이,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대신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당당한 겁쟁이로서 인정하려 해.      



“그래, 나 겁쟁이야. 맞아. 그래서 난 나다운 겁쟁이로 살아가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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