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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어시인 Jun 02. 2022

나의 고독 비용은

20분 글 쓰기(2) 문화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 마음, 돈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속한 단체가 지니는 문화를 갖추기 위해 치러야 할 시간, 마음, 돈은 얼마나 필요할까?

 

나는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나 청인 문화를 습득하며 자라왔지만, 수어를 배우면서 농인 정체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농인 문화를 습득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시간, 마음, 돈을 투자해야만 한다. 진짜 농인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특히, 수어는 농인 문화, 역사, 정체성이 깃든 하나의 언어이자 고유 산물이라 아주 오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5년째 수어 공부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발전 속도는 더디다. 초반 1~2년은 아주 빠르게 성장하지만, 3년 차부터는 수어 실력이 2년 차와 큰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명백히 달랐다.

어휘량이 늘어나지는 않더라도 수어를 보는 시각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었다.

수어 시력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를 알고 정체성을 조금씩 갖춰가니 그 수어가 어떻게 그렇게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라는 게 습득할 수 있는 최적의 나이라는 게 분명히 있고 끊임없이 반복, 연습, 훈련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져야 하는데 소수 언어이다 보니 그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농인 문화를 위해 들어가는 고독 비용은 청인 문화에 들어간 것보다 몇 배 더 필요로 많다. 물론 이해 속도는 어린 시절보다 빠를 수는 습득 속도는 현저히 더뎠고 시간도 부족했다.

온전히 수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가족도 모두 청인이다 보니 내가 농인과 영상 통화 및 영상 회의를 하지 않는 이상 대화를 통해 수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영향력과 활동을 찾아 끊임없이 다문화 매개자로서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나는 청인 속에서 살아가는 농인이 얼마나 외롭고 고독 비용을 어마 무시하게 치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고독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더 많은 농인들이 더 이상 혼자 외롭지 않고 함께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긍정적 관계망을 넓혀가면 좋겠다.


고독 비용 대신 함께 비용을 들이자. 혹은 내가 불안해서, 외로워서, 슬퍼서 들여야만 했던 고독 비용보다는 내가 즐거워서, 함께라서, 공감이 가서 들어가는 함께 비용의 비율을 늘려가면 좋겠다.


 청인 문화 속에서 단체전을 치르느라 애쓰는 농인 나 자신에게 너무 고독 비용만 들이지 말고, 나 스스로의 개인전을 치르는데 필요한 자기 비용, 자기 발전 비용, 자기 계발 비용을 들여 더 큰 나 자신을 키워가는데 투자하면 좋겠다.


현재 나는 어릴 때부터 청인 단체전 치르느라고 고생한 나 자신을 위해서 개인전을 위해 시간, 마음, 돈을 쓰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자존감도 올라가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으로서 살아갈 자격이 충분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세상에 나를 너무 끼워 맞추지 말고 나에게 맞는 나의 세상을 만들어가자. 없으면 만들면 된다!



여러분은 고독 비용 얼마나 치르고 있나요? 자기 자신을 위해 필요한 고독 비용은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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