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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어시인 Jun 03. 2022

정체성 여러 개 가지기

20분 글쓰기(3) 정체성이 꼭 하나여야만 할까?

농인의 세상에 뒤늦게 들어간 청각장애인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청인 부모 밑에서 자라고, 청인 학교를 졸업하여 뒤늦게 성인이 되었을 때 수어를 배우는 청각장애인들이 많다. 하지만, 정체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에 대해 수 없이 스스로 고민을 하고, 다른 농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결국 정체성이란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나에 대해 규정할 수도 평가할 수도 없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서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제일 많이 아는 사람도 결국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여러 생각이 들지만, 4년 전 확립한 나의 정체성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정체성이다.


그것은 바로 시인(視人 / Seeing People)이다. 즉, 나는 보는 사람이다. 청인과 소통할 때도 입모양을 보거나 음성을 문자로 바꿔 보여주는 자막을 봐야 소통이 원활하다.

농인과 소통할 때는 당연히 그들의 수어를 눈으로 집중하며 본다. 그리고 책을 통해 문자를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아간다. 손이나 키보드로 글 쓰면서 나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면서 나의 마음을 확인한다.   


어제 농인들과 정체성 토론하면서 더더욱 확신한 것 중 하나는 정체성은 꼭 하나여야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의 정체성은 최근에 또 생겼다.


 기록가,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중이다. 나의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기록하고, 나의 현재를 기억하기 위해 메모하고, 나의 과거를 살피고 더 나은 나를 찾기 위해 글을 쓴다. 나의 손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록하기 위해 움직여댔고, 그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는 기록가였다.


최근에는 수어를 기록하기 위해 수어문자에 관한 자료를 찾았고 언젠가는 내가 공부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수어를 수어문자로 기록하며 수어 학습기를 글로 써보고 싶다.


마지막 다시 찾은 정체성은 작가이다.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글 쓰고 싶었던 나의 마음과 글을 쓰며 커가는 나의 모습을 5개월간 놓치고 있었다. 물론 다른 task를 수행하며 또 다른 나를 키워갔지만 작가로서의 나는 잠시 정체되어 있었다.


3일전부터 미션 시간 약 20분간 글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 나에게 큰 역할을 부여해준다. 바른 글을 쓰기 위한 정진, 미션 수행을 위한 성실, 짧더라도 매일 꾸준히 글 쓰기 위한 습관 들이기 등 단 20분의 글쓰기 미션이 이렇게 큰 성과를 가져다줬다. 아마 6월 514챌린지를 통해 나는 매일 글쓰기 습관을 확실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100일은 매일 꾸준히  글 쓰고 발행해봐야 내가 작가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작가가 되고 싶어했던 나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보는 사람 '시인',

기록하는 사람 '기록가',

글 쓰는 사람 '작가'

이 모든 게 나의 정체성이다.

정체성을 꼭 하나로만 국한하지 말고 여러 개 만들고 중첩해서 여기저기 필요할 때마다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정체성들을 늘려나가보자.


혹여나 아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 나 스스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제일 확실한 정체성이다. 뭐든지 괜찮으니 사소한 정체성이라도 만들고 행동해보자.


지금 당신은 이미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다! 수어시인의 글을 읽는 독자! 이 얼마나 멋진 정체성인가!


정체성이 살아 움직이는 당신과 당신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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