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치의 지식

전문가란,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더 잘 아는 사람

by 타인head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를 자로 잰다면, 과연 얼마나 될까.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은, 고작 1인치 정도나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어렸을 땐 책 한 권을 다 읽거나 좋은 강의를 집중해서 듣고 나면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은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수십 개의 개념을 찾아야 하는 날들이 많다. 글을 쓸 때도 내가 전달하려는 이야기에 가장 가까운 단어는 무엇인지, 내가 쓰는 문장 하나하나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정보는 매일같이 쏟아진다. 익숙했던 단어들이 순식간에 낯설어지고, 내 분야조차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들어본 적도 없는 기술, 용어, 방법들이 끝없이 등장한다.

캐나다에서 10년 넘게 커리어 상담을 해오고, 대학에서 커리어 발전 과정을 가르치면서 다양한 직업군, 연령,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여정을 함께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만큼 내 안의 지식을 나눌수록, 배움에 대한 갈증도 함께 깊어졌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배우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마련해 둔다. 일주일에 한 번은 누군가의 강의를 듣고, 10개가 넘는 뉴스레터를 구독해 읽으며, 정기적으로 내 일과 역할에 대한 점검을 한다. 누군가에게 배움을 제공하는 일을 하지만, 어쩌면 나는 그 누구보다 더 많이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는 말이 맞는 말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전문가라 불리면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지 몰라도, 속으로, 오히려 더 큰 미지의 무게를 견디며 사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은, 내 분야를 조금만 벗어나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렇게 보면 ‘1인치’라는 작고 얇은 지식의 범위는 오히려 겸손을 배우게 하는 좋은 기준이 된다.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 보다, 내가 모르는 것을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태도로 배워가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배우려 하느냐는 자세다.


전문가란, 내가 아는 1인치의 지식보다 내가 아직 모르는 1인치 밖의 끝없는 지식을 배우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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