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인 것이다.

내가 채워져야 나눌 수 있다.

by 타인head

20대 중반, 나는 한 강연장에서 이 말을 처음 들었다.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인 것이다.”


당시 강연자는 50대 중반쯤 되어 보였고, 말끝에 이렇게 덧붙였다.


“이 말의 의미는 여러분이 당연히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강연은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혼란스러웠다.


‘그게 무슨 뜻이지?’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그저 조용히 앉아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말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빅터 프랭클의 'Man's search for meaning' (한국번역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 제목처럼, 그 한 문장은 이해되지 않는 채로 내 머리 어딘가에 깊이 박혀 오랜 시간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 역시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삶의 여러 단면을 겪으며 나는 그 말이 어렴풋이 무엇을 뜻하는지 감을 잡게 되었다. 내가 느낀 것은 이것이다.


“내가 채워져야 남에게 나눠줄 수 있다.”


그것이 음식이든, 지식이든, 사랑이든 말이다.


배가 고플 땐 남의 밥그릇을 부러워하게 되고, 마음이 메마를 땐 타인의 기쁨조차 시샘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충분히 채워졌다고 느낄 때, 남에게 베풀고 싶다는 마음은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고, 지식이 축적된 사람은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어 지며, 여유를 가진 사람은 타인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싶어진다.


물론, 살다 보면 나를 희생하고, 심지어는 나의 가족들까지도 희생하면서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그런 삶의 방식은 존경스럽고 때로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행동들이 다른 의도가 없는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결국 그분들의 안에 무엇인가가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를 돌보고, 나를 채우는 행위. 그 '이기적인 것'이야말로, 결국 다른 이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이타적인 삶’의 출발점이 아닐까. 그때 강연자가 무심히 던졌던 말은 어쩌면 삶의 깊은 진리를 짧은 문장으로 축약한 것이었다.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인 것이다.'는 말. 그리고 그 말은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이해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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