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에서 배우다.
나는 느티나무를 좋아한다. 예전부터 그랬다. 어딜 가든 느티나무가 보이면 꼭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한참을 그 근처에서 머물다 가곤 한다. 저번 주 가족들과 간 여행에서도 유난히 느티나무가 많아서, 나에게는 특히 더 좋았던 시간이었다.
바람에 느티나무 가지가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거웠던 내 머리와 마음도 함께 가벼워지는 것 같다. 느티나무 가지의 자연스러운 유연함이 참 좋다. 그러면서도 커다란 몸체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지 않은가. 그게 늘 나에게 위로를 준다. 호수 앞 숙소라 아이들은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나는 느티나무 근처에 앉아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가져간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인생의 깊이는 침묵에서 오고, 넓이는 꿈의 크기에서 나온다."
짧지만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문장이었다.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느티나무를 바라보았다. 조용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서 있는 그 나무의 모습과 생각이 겹치면서, 책에 씌어 있는 그 말의 실체가 느티나무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왜 느티나무가 좋을까?’ 종종 스스로에게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도 깊은 위로를 건네고,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도 가지를 유유히 떨치고 있는 그 모습이, 마치 우리가 삶에서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았다.
느티나무의 가장 큰 매력은 어쩌면 그 유연함과 단단함 사이의 절묘한 균형에 있는 것 같다. 바람이 불면 가지는 부드럽게 흩날리지만, 그 커다란 몸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살아가며 수많은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나의 중심만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살다 보면 때로는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날들도 있다. 사실 요즘이 좀 그렇다. 마음이 흔들리고, 내가 잘 가고 있는 길인지 의문이 들곤 한다. ‘인생의 깊이는 침묵에서 오고 넓이는 꿈의 크기에서 온다’는 말처럼, 나도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그 문장 옆에 작게 메모를 남겼다.
삶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평소에 품고 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기도 한다.
느티나무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