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사람과 사람의 연
책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듯한 작가나 강연자를 만날 때가 있다. 간혹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왔나? 언제 만나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떨 때는 내가 쓰던 단어나 문장까지 그대로 겹쳐 혼자 실실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알지도, 대화를 나눈 적도 없지만 글이나 영상을 통해 접하다 보면, 알 수 없는 친근함이 느껴진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벗이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살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어쩌면 인연이란 꼭 얼굴을 마주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세상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다.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은 때때로 커다란 위로가 된다. 누군가 내 마음을 정확히 알아주고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가 내 삶을 지탱하는 조용한 힘이 되어 준다.
물론 가까운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보다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꼭 곁에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게 해 준다. 오히려 멀리 있는 존재가 전해주는 낯선 울림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방식의 동행을 느끼게 해 준다. ‘통한다’는 느낌은 마음의 결이 맞닿아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임을 다시금 느낀다.
어제 Past Lives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면서도 내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생각해 보면 옷깃 한 번 스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도 알지 못하지만, 우연히 읽은 책 속 한 문장이나, 무심코 틀어본 영상 속 한마디가 내 삶을 지탱해 주고 길을 비춰준 적이 있는 작가와 강연자의 생각이 내 생각과 공명할 때, 어떤 의미에서 이것도 ‘인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에서는 오래된 벗처럼 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래서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
어쩌면 삶이란, 내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서로 얇은 선을 사이에 두고 오가며 만들어내는 거대한 대화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좀 어딘가 별나도, 엉뚱한 생각을 해도 세상 어디가에는 나와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겠지. 하는 마음의 공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