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모여라
우리 모두 살면서 어딘가 '조금 부족한' 나만의 약점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이 사소한 약점 때문에 괜스레 움츠러들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기도 한다.
마치 내비게이션 없이는 한 발짝도 떼기 힘든 나의 '길치' 성향처럼 말이다.
나는 강사를 하면서도 길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여러 번 간 곳이라도 낯선 동네 길에서는 어김없이 내비게이션을 켜야 한다. 외진 곳에 약속이라도 있는 날에는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도 길을 헤맬까 봐 온 마음을 졸인 적도 많았다.
오늘 아침에도 멀지 않은 곳에 잠시 차를 주차한채 도시락을 구입하고 돌아서는 순간 머리가 백지가 되었다. 위치를 까먹어서 한참을 헤매다 결국 차 앱으로 겨우 찾아냈다. 결과적으로 그 사이 도시락은 식어버렸고 이 추위에 소중한 시간도 허비하고 말았다. 매번 답답하고 매번 일상 속에서 이렇게 부딪히곤 한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사진을 찍든지 어떤 방법을 강구해야하지 않겠냐고 길바닥에서 허비되는 시간은 아깝지 않냐고..그말도 어쩌면 뼈때리는 조언이다. 사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았지만 그 습관이 쉽지 만은 않았고 어딘가 허당의 나는 계속 튀어나왔다.
예전에는 이럴 때마다 '내가 왜 이럴까', '이것도 못하는 바보'라며 스스로에게 많은 자책을 퍼부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허둥지둥 대기에 급급했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었다. 순간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자책과 후회가 또 올라오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매번 똑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할까? 내 안의 어떤 이유가 나를 이렇게 만들까?'
그저 길을 잃는다는 물리적인 불편함을 넘어 이 사소한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렇게 나의 약점 뒤에 숨어있는 '나의 이유'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만의 특별한 연습이 생겼다. '
그래도 무사히 찾았으니 다행이지', '밥이야 나중에 먹어도 되는 거고, 차갑게 먹어도 큰일 나는 거 아니잖아', '잠깐 불편했지만 덕분에 운동도 했네? 급한 일 아니었으니 괜찮아!'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며 긍정적으로 바꿔보는 연습 말이다.
이 자기 대화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점차 과거의 자책감과 허둥지둥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나 자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나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되었다.
이처럼 작은 불편함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바로 나에게 진정한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결국 이 사소한 일상에서 찾아낸 변화의 실체가 '셀프콤마'의 이야기가 되어 책이 된 것이다.
책으로만 외쳤던 내면의 목소리가 삶의 순간순간 실체가 되어 나를 이끄는 경험 말이다. 내가 이 글처럼 살아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자 감사로 다가온다.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일을 못 한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게 생산성에 있어서 옳다'고 이야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정답처럼 들려도 막상 나 자신에게 대입할 때는 압박 내지는 채근밖에 되지 않는다. 보편 타당한 기준과 싸우는 순간 이런것도 못하는 나라는 낙인과 무력감만 남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여정도 오늘과 다르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어도 없는 길을 하나하나 부딪히고 실패하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왔다.
생각해보니 이게 나의 가장 큰 무기 같다.
물리적인 길은 잘 찾지 못하고 방법도 서툴지 몰라도 이렇게 스스로와 대화하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다시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 말이다.
이전에 나를 자책하게 만들었던 익숙한 생각 습관들을 바꾸어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인 것이다. 일상의 사소한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내 인생을 단단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길을 헤매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는 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사소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이유'를 발견하면 할 수록 참 괜찮은 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