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십 대 후반까지만 해도 지겨운 나날 빨리 좀 지나가라, 노래를 부른다.
조금만 더 지나면 세상이 내 것 같을 거라는 기대에 이런저런 망상으로 긴 하루를 보낸다.
그 시기가 지나고 자유에 대한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생각되는 시점부터 우리는 시간에 구속되기 시작한다.
뭐든 시간을 들여 준비해야만 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쌓여야만 무엇을 해도 인정이 되는 '시간 속의 세상'에 던져지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그저 누군가 정해놓은 틀에 맞춰서 따라가는 흉내만 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틀에서 벗어나면 시간은 냉정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여유를 줬으면... 간절히 바라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안정될 기회를 놓치고, 이루려던 꿈을 놓치고, 미안함을 보상해야 할 때를 놓치고, 사랑을 놓치고...
그런 것들을 놓쳐버리고 결국 지나고 나서야 깨달으면서도 인생은 그것의 반복이다.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제때 잡지 못한 사람에게 시간은 너무나 매정하다.
이루어놓거나 마무리지은 것 없이, 무기력한 몸뚱이로 고달픈 인생을 거꾸로 갉아먹으며 시간은 점점 속도를 높여간다. 그런 시간의 냉정한 흐름을 깨달았을 때, 그 공허 속에는 상실감 만이 크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참 가지려 하는 게 많다. 돈, 명예, 행복, 여유, 그리고 시간...
저것들 중에 모두에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있다면 그건 시간일까?
물론 단순히 초가 반복되어 분이 되고, 분이 반복되어 시가 되는 그런 시간의 의미는 모두에게 같겠지만, 같은 시간 속에서도 누구에게는 기쁨에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되고, 누구에게는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을 만큼 지긋지긋한 고통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준비가 없고 기반이 없이 맞이한 시간은 그저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헛된 지나침일 뿐이며, 때로는 고통을 키우는 무서운 존재가 되기도 하고 초조함에 피가 마르는 힘겨운 기다림을 주기도 한다.
시간은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다시 되돌리려면 그만큼 끝과는 더 가까워진다.
앞으로의 행복을 장담하는 것보다 지나간 날을 후회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걸 알면서도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시간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기란 쉽지가 않다.
놓치고 싶지 않지만... 빼앗기듯이 그렇게 시간은 지금도 스쳐 지나간다.
많은 시간을 떠나보내고 앞으로 맞이할 시간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어느 겨울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