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위엔 움직이지 않는 붕어 두 마리가 있다. 가로 20cm 세로 10cm의 하얀 배경에 갇혀있는 붕어 두 마리. 그 두 마린 일 년 삼백육십오일 같은 자세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4년. 자유로이 움직이고 싶을 터인데 한 번을 불평 않고 그대로 가만히. 그저 그렇게 있을 뿐이다. 의지할 건 그 둘 뿐일 텐데 서로 말 한마디 없이 긴 시간을 말 한마디 없이 잘도 지낸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나 또한 방안의 하나의 사물이 되어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과 같은 시간 속에 흘러간다. 서로 말은 할 수 없지만 하나의 동질감으로 그렇게 흘러간다. 같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괜한 의지가 된다. 그들의 꿈은 어딘가로 헤엄쳐 어딘가로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 나의 꿈은 여러 작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정받는 배우가 되어 즐거운 삶을 영위하는 것.
우린 모두 어딘가로 흐르길 바라지만 결국 남아있는 곳은 작은 방 안. 벗어나고 싶어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도 결국은 그 작은 방 안에서 따로 또 각자 함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끼며 살아갈 뿐이다.
여기엔 그 어떤 절망도 고독도 기쁨도 없이 단지 그 순간이 기록될 뿐이다. 째깍째깍 매 초가 지날 때마다 그냥 그 자체를 인지하며 시간을 보낼 따름이다. 움직이고 싶으나 움직일 수 없는 붕어 두 마리와 움직일 수 있지만 살아감에 지쳐 움직이지 못하는 나.
시간이 흘러 다시금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 그 방안을 빠져나갈 수 있길 소망해 본다. 그때가 온다면 방안의 그들을 향해 해냈노라고 너희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무심코 시선이 머물러 그들을 보는 것이 아닌 내 의지로 그 둘을 바라보고 싶다. 따뜻한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