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아이들
그 애는 프로그램 내내 허리를 반으로 접다시피 구부리고 앉아있었다. 가끔 고개를 들며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기도 했다. 명찰에 김영식(가명)이라고 적혀있었다. 옆자리의 다른 아이들과 잡담도 하지 않았다. 부리부리한 눈매에 안경을 착용했고 단정한 용모였다. 휴식 시간에 그 애 옆으로 다가갔다.
“새로 왔구나.”
허리를 굽힌 채 말없이 바닥을 보는 아이들은 우울하거나, 다른 아이들과 섞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 애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을 붙였다. 이곳에 처음 들어왔거나 다른 반에서 옮겨왔을 터이다.
“예.”
“와보니까 (이 프로그램) 느낌이 어때?”
“그냥 그래요. 절에서 살았어요.”
영식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절에 살았어? 얼마 동안?”
“좀 살았어요.”
“그랬구나. 그럼 절에 있다가 바로 여기로 온 거야?”
“아뇨. 집에 갔어요. 다시 집에서 살다가···,”
아이는 그때까지 등을 펴지 않은 채 계속 구부리고 있었다.
“허리 좀 펴라 얘. 너무 구부리고 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가 말했다.
“허리가 아파요.”
다른 애들처럼 습관적인 자세였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내심 놀랐다.
“허리가 아파? 얼마나 아픈데?”
“많이 아파요. 창문에서 뛰어내리다 다쳤어요.”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제가 하도 가출을 하니까······.”
이왕 나온 말이니 얘기하는 게 속편 하다는 듯 영식은 묻지 않은 말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정신병원에 6개월 있으라고 해서 힘들어도 참았는데 6개월 지나고도 더 있으라고 해서 더 못 참겠어서 뛰어내렸어요. 절에 간 것도 집에서 거기 있으라고······”
가슴이 턱 내려앉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없었다. 영식은 말을 이었다.
“할머니와 큰아빠와 사는데, 어른들이 어려요.”
“어른들이 어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 나이가 30대고 큰아빠는···.”
더 듣지 않아도 영식의 가정환경이 대략 짐작되었다. 영식은 현재 스물한 살이란다. 나는 영식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영민해 보였고 나약하거나 불성실해 보이는 점은 찾기 어려웠다. 이 소년(청년이라 해야 옳겠지만)이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은 불행한 가정환경이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영식의 어머니는 소재조차 모른다고 한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까지 했던 영식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나는 가슴이 먹먹할 뿐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둥그렇게 굽은 영식의 등을 말없이 토닥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