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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인생이라니

성공은 사랑이다

by 민들레

조금 전 통화를 마친 내 머릿속에 그녀가 한 말이 떠다닌다.

“당신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네요. 멋져요. 부럽고.”


나는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게 이와 같은 말을 해준 사람도 없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누가 봐도 내 인생이 성공한 사람의 그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며, 내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지금껏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를 향해 던진 그녀의 ‘성공’은 내게 낯설고 나와는 가까워지기 어려운 어떤 이질적인 것이기에, 전화를 끊고 한참이 지난 지금도 성공이란 단어는 내 몸과 마음에서 겉돌고 있을 뿐이다.


그녀와 알고 지낸 기간이 25년이 넘었다. 그녀는 내게 자주 말했다. ‘참 열심히 산다.’ ‘보기 좋다’ 그러더니 급기야 ‘성공한 인생’이라니. 물론 나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성취를 말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나는 그런 조건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근에 쓴 내 글 한편을 보고 나서 그런 반응을 나타냈다. 그녀의 말을 곰곰 되씹어본다.


“내가 말하는 성공은 사랑이에요. 많은 사랑으로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 널리 널리 사랑을 베푸는 것, 그런 면에서 당신은 성공한 사람이에요.”


아! 이 글을 쓰면서 알았다. 이것은 극찬이다. 내겐 턱없이 과분하고 어색한 칭찬이다. 남의 것인 듯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어찌 됐건, 고무적인 기분이 드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성공’을 향한 내 마음가짐의 동기강화가 되었다는 점, 둘째, ‘성공’의 동력이 될 재료인 ‘사랑’이 내 안에 어느 정도는 내재되어 있음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부끄럽지만 말이다.


고맙게도 나의 심성에 대해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 그럴 때 나 자신을 깊이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과연 그분들이 생각하는 만큼 좋은 사람인가, 사랑이 많은가, 그럴만한 인격을 갖추었는가. 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렇지 않다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랑의 마음을, 그 감수성을 더욱 키우는 일이 남은 것이다.


내 일의 특성상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내 힘으로 어찌해줄 수 없는 이들을 만났을 땐 함께 가슴이 아프고, 마치고 나올 때도 마음이 무겁다. 가끔은 외면하고 싶기도 하다. 그들의 사정을 알지 못하면 마음이 아플 이유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 내 안에 담긴 사랑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음을 스스로 감지한다. 그에 따른 죄책감이 미세하게 올라오는 것도 알아차린다.


그런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나는 일시적인 혼란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었던가? 심리상담사로서의 개인적 성취인가, 고통받는 이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고자 하는 목적이었던가. 명확히 말하자면 후자였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한 줌의 빛이라도 되고자 했던 것이 오래전 나의 첫 마음이었다.


나의 순수하던 첫 마음이 길을 놓칠 때, 붙잡아주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다. “당신은 마음이 참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 말을 들으면 정신을 차린다. 맞아. 나는 좋은 사람이지. 따뜻함을 지녔지. 나의 유일한 장점을 잊으면 안 되지... 이렇게 스스로 의지를 북돋으며 나의 처음과 마지막 목표를 일으켜 세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위안이 될 사랑 가득한 마음을 말이다. 물론 상담사로서의 프로페셔널한 자세는 기본이다.


나는 정말 ‘성공’하고 싶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자신 있으며 오래전부터 꿈꿔온 사랑, 행복을 전달하는 일, 그 일을 가장 잘하는 것, 그것이 나의 성공이다. 하지만 지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아직 성공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참 멀었다.


그러나 오늘 확실하게 알았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한 것은 사랑, 아름다운 선(善), 역시 그것이다. 내 몸과 마음이 무한한 사랑의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도적 노력이 아닌, 언제나 따뜻한 온도가 유지되는 마음의 흐름 속에 내가 있는 것, 그것이 곧 내가 추구하는 성공이다. ‘성공’에 대해 어느 틈에 둔감해졌던 나를 각성하게 해 준 지인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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