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슬픔’

by 민들레


그는 이 세상에 없는 내 동생을 말하며 눈물지었다. 나는 담담한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동생의 지인인 그는 늦은 오후에 다녀갔다. 고요한 산사의 밤, 나는 절 마당을 끼고 흐르는 연못가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아직 잠들지 않은 나무들은 잎사귀를 살며시 비비며 울음을 참는다. 어둠을 겨우 밀어내며 서있는 가녀린 불빛이 내 그림자와 나무 그림자를 한데 포개었다. 멀리, 상현달이 걸려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두 눈을 꾹꾹 눌렀다. 유일하게 내 동생을 기억한다는 듯 흐느꼈다. 나는 말없이, 그런 그를 보기만 했다. 내 동생이 아니라 그의 동생인 것 같았다. 내 동생과의 인연에 대해, 동생과 함께한 일들에 대해, 동생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던가에 대해, 내게 꼭 그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는 듯이 열심히 얘기했다. 나는 동생을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그는 곧 돌아갔다. 그의 진심을 의심하진 않는다. 그러나 어쩌면, 그는 절문을 나서고 나면 곧바로 동생을 잊을 수 있다.


그림자가 나인지 내가 그림자인지 구분을 못하고 앉아있는 내 팔을 작은 바람이 스치며 지나간다. 어젯밤, 산사 입구에 들어선 순간 만났던 맑고 고은 바람 이리라. 바람은 어제와 다름없이 부드럽건만, 내 마음은 어제 같지 않다. 감각이 없는 사람 같다. 동생은 내 가슴에 있다. 잘 있으라는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어느 하늘로 가버린 몇 개월 전의 그날부터 오늘까지. 가슴에 무겁게 얹혀있어 입을 열어 말할 수가 없다. ‘말할 수 있는 슬픔은 슬픔이 아니야.’ 나는 속으로 되뇐다. ‘가벼운’ 말로 그가 헤집어 놓은 가슴을 나는 수습하여 덮지도 잠재우지도 못한다. 묵묵히 흐르던 상현달이 파르르 떨며 바람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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