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기다리며
휴일 이른 아침, 산책을 위해 아파트를 나서려는데 가는 이슬비가 내린다. 아니 이슬비라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약한 비다. 그래도 우산을 가져가야 하나, 지나는 사람들을 보니 우산을 쓰기도 했고 안 쓰기도 했다. 비가 더 내릴 것 같은 날씨는 아니다. 모자도 썼겠다, 비를 좀 맞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걷다 보니 길가 큰 나무 아래엔 이슬비나마 닿지 않았는지 땅이 물기 하나 없이 메말라있다. 비를 이렇게나 아끼실까. 어머니 말씀이 생각났다. 올해엔 봄비도 와주지 않았고 여름이 다가오도록 비님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들과 계곡이 습기를 모두 잃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릴 듯 말듯하며 좀처럼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느님이 비를 이렇게 아끼냐. 보리밭에 물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농사를 지었던 분이라 가문 날씨의 논밭들이 걱정되셨던 모양이다. 정말 하늘이 비를 너무 아끼신다.
갈증해소를 못한 식물들이 한바탕의 소나기를 기다린다. 농민들은 얼마나 애가 탈까. 지저귀는 새소리에도 목마름이 묻어있는 듯하다. 물기 고인 웅덩이 하나 찾기 어려운 요즘 날씨에 저 새들은 어디에서 목을 축일까.
이슬비보다 더 가는 이슬비로는 혀끝에 물 한 방울 적신 것만도 못할 테니, 생물이든 식물이든 갈증만 더 깊어질 것 같다. 참, 멀지 않은 곳에 공원 분수대가 있었지. 근처 새들이 분수대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더위에 지친 날 그곳에 가서 목을 축일 수 있기를.
비를 만나 흠뻑 젖어도 좋으니 빗줄기가 속 시원하게 내려주면 좋겠다.
꽃 진 이팝나무도 회양목도, 아니 온갖 농작물들이 환호의 함성을 지르도록, 흙속에 노니는 곤충들도 촉촉한 흙에서 뒹굴도록 더는 애태우지 말고 비님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산천과 초목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