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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미소 Aug 26. 2021

강아지풀

어제 퇴근길에 하늘이 유난히도 예뻤습니다.

뭉게 한 구름이 하늘을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고 구름의 살 속으로 파란 하늘이 보였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지라 그냥 집에 가려니 뭔가 허전하여 호수로 가는 길로 차를 몰았습니다.


얼마나 달렸을까요?

꼭 누가 심어놓은 듯 가는 몸을 간들거리며 강아지풀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제 몸피보다 백배쯤은 커 보이는 머리를 들고 꼿꼿하게 서 있는 자태가 얼마나 웃기던지요.

그리고 또 얼마나 대견스럽던지요. 지는 햇볕을 받아 작은 솜털이 반짝거리는 게 얼마나 예쁜지요


꽃이면서도 평생 꽃이라고 불리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강아지풀이 아닌가 싶습니다.

꽃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음, 노랑, 분홍, 하얀색을 가지지 못하고 이파리를 닮은 푸른색이라

꽃이라고 불리지도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너무 흔하기에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는 것도 강아지풀입니다.


오늘 나는 그런 강아지풀 앞에 꿇어앉아 엎드립니다.

더 예쁘게, 더 보송한 솜털을 찍으려고 납작 엎드립니다.

아무 말 한마디 손짓 하나 없이도 사람을 꿇어 앉히는 강아지 풀

작은 꽃들의 마력임을 사진을 찍으면서 익히 알게 되었습니다.


보세요 이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신비해 보이는지, 얼마나 복스러운지, 또 얼마나 귀히 보이는지...


눈여겨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모습이 흔해서 인기가 없는 꽃들입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예쁜 사람, 키가 크고 늘씬한 사람은 모두 한 번 더 보게 되지요.

한껏 차려입은 사람은 또 더 한 번 보게 되지요.

하지만 수수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을 곁에 두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참 매력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지요.


꽃이라고 불리지 못한 강아지 풀

저는 언젠가부터 이 강아지풀 이름을 꽃이라고 불러주고 있습니다.

간들거리는 몸으로 지탱하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강아지풀을 만나거든... 꽃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러면 강아지풀은 신이 나서 어깨춤을 출겁니다.

그 모습을 대견스럽게 봐주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아마 고맙다고 할 거예요


온 들판에 흐드러진 강아지풀 꽃

오늘은 한 번 눈길 보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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