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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미소 Oct 22. 2021

나무가 그리는 그림

나무가 그리는 그림 



- 세상에 낭구가 그림을 그린데이

 못 배운 나보다 백배는 똑똑한 갑다

남녘 문 열어놓고서 시름으로 뱉던 말씀


그 나무 부러웠을까 둥치 아래 잠든 당신

실바람 이명처럼 그 음성 나를 때마다

매끈한 너울가지가 웃어주던 유년의 집 


오늘은 먼 기억 속 당신을 그리네

낫낫한 붓이 되어 처연하게 그리네

메말라 야윈 가지가 생기 살금 머금네





** 시작노트

학교 교문 앞도 못 가보신 아버지는 평소 글씨를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하셨다. 어느 봄 한 잔 술을 하신 날 방문을 열어놓고 늘어진 나뭇가지를 보시고 푸념처럼 뱉던 말씀이 어린 내 가슴에 콕 박혔었나보다. 나무는 그림도 저리 잘 그리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당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그 나무조차도 부러우셨나보다. 어느날 나도 똑 같이 문을 열고 나무를 보 는데 유년의 집 그 방문 밖의 나무가 생각났다. 그리고 돌아가시고 난 후 한참을 잊었던 아 주 오랜만에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때 나무의 가지 끝에서 물오른 싹이 햇빛에 반짝 거렸 다. 그날 나는 아버지의 산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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