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노트
학교 교문 앞도 못 가보신 아버지는 평소 글씨를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하셨다. 어느 봄 한 잔 술을 하신 날 방문을 열어놓고 늘어진 나뭇가지를 보시고 푸념처럼 뱉던 말씀이 어린 내 가슴에 콕 박혔었나보다. 나무는 그림도 저리 잘 그리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당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그 나무조차도 부러우셨나보다. 어느날 나도 똑 같이 문을 열고 나무를 보 는데 유년의 집 그 방문 밖의 나무가 생각났다. 그리고 돌아가시고 난 후 한참을 잊었던 아 주 오랜만에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때 나무의 가지 끝에서 물오른 싹이 햇빛에 반짝 거렸 다. 그날 나는 아버지의 산소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