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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미소 Oct 22. 2021

마당을 쓸다가

마당을 쓸다가


                        


노을을 등에 업고 매실 하나 툭, 떨어진다


데굴데굴 구르더니 하필이면 내 발 앞


나더러 어쩌란 건지 피할 수 없는 조우인걸



한쪽은 멍이 들고 반대 뺨엔 흐른 진액

 

네 삶도 녹록한 적 없었다는 오체투지


측두가 찌릿하도록 풀어내는 얼얼함



벌레 먹은 네 빈 속 송그릴 틈도 없이 


내 머릿속 벌거지 빨리 잡아 없애라고


생의 끝 내게로 와서 설법을 하고 있다




** 시작노트

어느 봄 마당을 쓸던 날이었다. 매실 하나가 툭 떨어져 내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왔다. 그 때 나는 사람으로 인한 상처, 생활의 고달픔으로 많이 지쳐있었고 내 삶을 원망하고 있었 다. 그런데 내 앞에 떨어진 매실을 보니 한쪽은 피멍이 들어있고 또 한 쪽은 투명한 진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벌레들이 제 속에 들어 제 속살을 다 갉아 먹어버려 떨어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생각했다. 나만 상처받은 것처럼 힘들다고 불평한다면 결국 나도 이 매실 처럼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떨어진 매실이 내게로 와서 훈계를 하는 것 같았다. 생각이 말을 낳고, 말이 행동을 낳고, 행동이 미래를 낳는다는 말을 몸소 답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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