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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미소 Oct 22. 2021

무섬3. 무섬에 노을 지면


무섬 3. 무섬에 노을 지면



외나무다리에 걸터앉아 하루를 매만지다 

다른 손가락 다 접고 검지만 곧게 펴서

물 위에 아픈 마음을

그려보고 있었다


한 자 한 자 쓸 때마다 그러안은 물결이

채 다 쓰기도 전 글자들을 물고 간다

낯선 물 따라나서는

어설픈 마음 조각


찌릿하게 찌르던 송곳 같은 말, 말들

앙가슴 뻐근하도록 물 위 옮길 때마다

상처로 앉은 딱지들

저 물 따라 흘러갈까


날 세워 내리찍던 독 오른 내 손가락

아팠지, 너도 아팠지 

위로로 감싸는 물

어르어 안긴 품에서 독기를 풀고 있다




**시작 노트

마음을 다치고 유난히 속상했던 날 있었다. 상한 마음을 들고 찾아간 무섬. 용기가 없던 나는 사람들에게 뱉을 말을 못해 외나무다리에 앉아서 흘러가는 물 위에 나쁜 마음을 그리 고 있었다. 단 한자도 완성되지 못했는데 어설픈 마음이 물을 따라 흘러가면서 이상하게도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그때 손끝에 전해오는 느낌, 물이 검지 손가락을 쓸어주고 있었다. 힘들었지? 이젠 괜찮을 거야. 독기를 품어내는 내 손가락을 가만히 가만히 어루만져 주는 물. 그게 진정한 위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단지 물 뿐이 아니다. 우리가 독기어린 마음 을 풀어낼 때 다 들어주고 도닥여주는 누군가가 분명 내 주변에는 있다는 걸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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