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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미소 Oct 22. 2021

엄마의 꽃밭


엄마의 꽃밭





꽃 한 번 실컷 보면 원 없다 하시더니

마음 한 편 손바닥만한 꽃밭 하나 만드셨네 

채송화 족두리꽃 하며 이름 모를 꽃들도


참 좋다 참 예쁘다 눈 먼저 웃는 날에

오금이 저리도록 꽃밭에 앉아서는

노래는 덤이었다네 벌 나비 나풀 날 듯


바깥출입 못 하시니 일손도 놓으시고

꽃이 폈나 꽃이 졌나 날마다 궁금터니

한가득 꽃 피우셨네 양볼 위에 저승꽃




*어린시절을 더듬으면 엄마의 꽃밭에는 가지가지 꽃들이 피어있었다. 봉숭아꽃에서부터 키 낮은 채송화까지, 들일이 끝나면 엄마는 어둑한 꽃밭에 앉아 풀을 뽑으시며 노래를 불렀다. 내가 본 모습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시간이 꽃밭에서 있을 때였다. 그런 엄마가 요양원에 들어가신지 벌써 10년, 이제는 계절도 잊고 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시더니 어느 날 얼굴 한가득 꽃을 피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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