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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미소 Oct 22. 2021

봉정사의 저녁


봉정사의 저녁



때 이른 풀벌레 소리 처음으로 듣던 날

기우는 석양 끼고 찾아드는 봉정사

소나무 허리 굽히며 가슴 안고 서있다


후문으로 들어선 대웅전 너른 법당

참회의 기도 소리 깨달음이 간절한

행자의 저린 독경에 합장하는 솔가지


수심으로 걷던 걸음 기척도 숨죽이고

더 낮은 자세로 머리 숙여 익힌 참선

초연히 어루만진 얼 나를 비워내는 시간 




** 시작노트

근처 경북 안동에 있는 봉정사, 아마도 여름의 이었을 거다. 처음으로 풀벌레우는 소리를 들었다. 절 마당으로 가는 길에 소나무가 몸을 굽히며 마치 들어오는 사람을 맞아주는 것 같았다. 늦은 저녁시간 차마 정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후문으로 들어가는데 법당 안에서 울먹이는 기도소리를 들었다. 익숙하게 외는 불경소리는 아닌 것 같았고 그때 본 소나무는 마치 세월을 넘어선 어떤 정령 같아 보였다. 마음을 달래려고 간 경내에서 혹여 방해가 될 까 가만가만 걷는데 내가 내게 말 했다. 다 비워내라고, 싹 다 비워내 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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