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좋은 시를 쓰기보다는 공감하는 시가 쓰고 싶었다. 아픔을 도려내는 시 보 다는 읽으며 행복해지는 시를 쓰고 싶었다. 읽으면 그냥 미소 지어지는 그런 시.
시인은 낮은 곳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낮은 곳을 겸손하게 꿇어앉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세히 볼 수 있고 소중한 걸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이 되고서 나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뭐가 먼저였는지는 모르지만 꿇어앉아 또는 엎드려 작은 사물을 보면서
겸손을 배웠고 감사함을 배웠다.
이 세상 그냥 핀 꽃은 없다.
산고의 고통을 거쳐서야 겨우 한 송이 꽃으로 핀다.
사진을 찍으며 시를 쓰며 나는 더 이상 꽃을 꺾을 수 없었다.
모든 생명은 소중했으므로
시는 나에게 생명수다.
나를 살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잘 쓰는 시가 아니다
내가 좋아서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는 시다
이리저리 말을 돌리고 꼬아서 쓰는 그런 시는 쓰고 싶지 않다
내 시가 허접한 글에서 끝나더라도 나는 모두가 공감을 하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
나는 죽을 때까지 시를 쓸 거다
매 순간 생각나는 말을 적으며 사는 ‘적자 인생’을 살 거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시를 죽는 그 순간까지 쓰고 싶다.
2021. 10. 22 가을꽃이 흐드러진 어느 날 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