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딸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곱실거리는 하얀 털에 이제 3개월이나 되었을까?
견종은 스피츠였다.
어떤 것이든 어린것들은 귀엽다.
처음 우리 딸을 만났을 때 주인이 있는데도 우리 딸의 품에 꼭 안기더란다.
시골에 가서 사 왔는데 그 집주인의 딸이 키우려다가 사정이 생겨 못 키워서
혼자 계신 엄마 심심하지 말라고 가져다 놓았는데 엄마는 강아지를 싫어하신다고 했다.
바깥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민지가 데리고 왔다.
처음 어릴 때는 집안에서 우리와 같이 생활했다.
그때 우리는 해바라기 그림을 온 가족이 모여 색칠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그 옆에서 지켜보며 깡충거리고 좋아하던 아이였다.
콩이 튀듯 이방 저 방을 뛰어다니는 모습 때문에 가족이 많이 웃었다.
강아지가 좀 자라자 역시 남편은 실내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못마땅해했다.
'개는 개처럼 키워야 된다'는 70년대식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 딸과 나 아들이 설득해도
설득이 안 되었다.
결국 강아지는 마당으로 쫓겨나 구석진 곳에 지내기 시작했다.
어찌나 밝은 녀석인지 우리가 혹여 외출에서 돌아오면 끙끙 앓아가면서 반기는 모습에
우리 가족들은 좋아했지만, 또 더러는 외면하기도 했다.
눈에 들면 봐 주는 거고 안 들면 안 보는 거고.. 그렇게 한동안 사람의 눈길을 받으려고 애쓰며 자랐다.
이름은 눈망울이 너무 예뻐서 초롱이라고 지었다.
2017년부터 초롱이는 집안에서 우리와 다시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워낙 발랄하고 착한 아이라 야단 칠 일이 없었다.
아들이 6개월 만에 왔는데도 신기하게 알아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날마다 딸의 퇴근시간이 되면 귀를 쫑긋 세우고
1층에서 차 소리라도 나면 문 앞에 나가 뱅글뱅글 돌면서 좋아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5년
그런데 지금 초롱이가 많이 아프다.
며칠 동안 밥을 먹지 않고 설사를 해서 동물병원에 갔더니 장내 세균이 있다고 했다.
약을 받아와서 먹였더니 좀 괜찮아지는가 싶었지만 아직 식욕은 없었다.
약이 떨어지니 다시 설사를 하기 시작했고, 1주일 동안 먹은 밥은 평소 하루치도 안 되었다.
결국 다시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물을 많이 먹고, 소변도 많이 보고, 하지만 밥은 못 먹고..
초음파 검사를 하시더니 '자궁 축농증'이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명을 진단하셨다.
자궁축농증이란 자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주로 출산을 하지 않은 견들에게
많이 발병한다고 한다. 배란기간에 대장균 감염이나 어떤 감염으로 인해 자궁내에
염증이 생겨서 농이 고여 생기는 질환이란다.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하신다. 수술 후에도 패혈증이 올 수 있어서
급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하셨다.
밥을 먹지는 않지만 컨디션은 평소처럼은 아니었지만 좋은데
말을 하지 못하니, 알 수도 없었지만 믿기지 않았다.
급사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계속하시며 수술을 권하시는 동물병원 원장님을 믿고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리고 수술을 했다.
오후 7시에 퇴근하는 병원 직원에게 마취에서 깨진 했지만 여전히 회복 중이라는 마지막 통화를 하고
내일 아침 7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술 입원비 100만 원
어느 생명을 100만 원과 바꿀 수 있을까?
'내일 아침이면 잘 회복되고 있습니다'는 전화를 받고 싶다.
초롱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팔딱팔딱 뛰면서 매달리는 껌딱지가 눈에 아른거린다.
'잘 견뎌내야 해 초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