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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미 Oct 08. 2018

시인은 무엇을 먹고사나   

    나는 시인이다. 누군가 뭐 하는 분이세요? 하고 물으면 그렇게 답한다. 그러나 시인은 직업이 될 수 없기에(먹고 살 수 없기에) 여러가지 역할을 하며 그때 그때 먹고 산다. 어떤 날은 취재 기자이고, 어떤 날은 작은 원고를 쓰고 돈을 받는다. 또 어떤 날은 투표장에서 시민들을 안내하고, 또 어떤 날은 벚꽃 아래 종일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부모님께 빌붙어 살고 있다. 내 작은 방에는 차마 버리지 못한 책만 사람 키로 아홉 줄이 있다. 시 쓰는 걸 반대했던 엄마는 지금까지 책 좀 갖다 버리라고 말한다. 밑줄 긋고, 메모하고, 가방에 여러 날 들고 다녔던 그 책들이 누군가의 눈에는 폐지로 보이는 거다. 이해한다. 평생 가난하게 살아온 엄마에겐 돈도 안 되는 책들이 고물로 보일 것이다. 엄마는 집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시인 하나와 그 시인이 사다 나른 책들이 아직까지 미운가 보다. 가족에게 나는 언제까지나 이단이다. 처음엔 시를 써서, 그 뒤로는 월급이 없어서, 또 그 뒤로는 직장생활을 오래 못해서, 또 그뒤로는 결혼도 안 하고, 매일 틀어 박히고, 고집은 세고, 집 한 채 없고, 돈이 조금만 모이면 여행을 떠나고, 계획없고, 무분별하고, 폐지만 사다나르는 이상한 종교를 가졌으니까.


  혼자 사는 시인들의 방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들의 방에는 대체로 책이 쌓여 있고, 고양이가 있고, 2년에 한 번, 혹은 1년에 한 번 방에서 방으로 이사를 간다. 40만 원, 50만 원, 60만 원. 그 정도 월세를 지불하고 공간을 확보한 시인들은 그 방에서 라면도 끓여먹고, 담배도 피우고, 시를 쓰면서 지낸다. 더 싼, 방이 있는 동네로 모이다보니 거주지는 대개 비슷하다.

  서울문화재단, 대산창작기금과 같이 시집 발간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 선정된 시인들은 보증금을 올려 월세가 낮은 방으로 이사하거나 아끼고 쪼개 1년을 버티거나, 미뤄놨던 여행을 떠난다. 지원금에 지원한 대다수의 시인이 떨어지는데 한동안 패배자가 된 기분이 된다. 원고료는 지독히도 오르지 않고 국가기관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글을 실으면 5만 원을 준다. 시 전문 잡지는 시 한 편에 3만 원, 5만 원, 10만 원 등 천차만별이지만, 원고료를 지불하지 않는 곳도 많다.  이 세계는 모두 가난하고 모두 어렵다.  그러려니 한다. 대개 계간지니까 한 계절에 시를 실으면 5만 원에서 20만 원의 수입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더 많은 발표를 하는 시인은 더 많은 수입이 있겠지만, 월세를 내기는 어려운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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