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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미 Oct 26. 2018

11월이 되면

11월이 되면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비가 내리고 강의를 하면서 나는 냉장고 속에 있는 과메기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는 소제동 골목을 걸었다 몇번 와보긴 했지만 가을 오후에. 복고풍 옷을 입고 사람들이 어딘가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스토리가 입혀진 골목탐방 같은 것인가. 트럭이 서 있었다. 고구마 사과 양배추 홍시 그런 방송을 하면서 서 있는데 고구마 얼마에요? 했더니 비싸 하셨다. 긴장해서 얼만데요? 했더니 한봉지에 오천원 이라고 하셨다. 밤고구마 없어요? 난 그게 좋은데? 이거이 밤 이거이 호박 비슷하게 생긴 고구마들을 꺼내놓으며 검은 봉지에 담아주셨다. 왜인지 유 선생님은 호박 고구마를 좋아하실 것 같아 호박고구마를 창작촌에 주었다. 울퉁불퉁 모난 사과도 샀는데 오천원. 이런 게 더 맛있어 햇사과야 하면서 봉지에 담으셨다. 봉지는 됐어요. 하려다가 차에서 쓰레기통 용으로 써야지 하고 받아왔다.



삶은 고구마가 담긴 비닐을 빈 강의실에서 열었다. 아저씨 말대로 밤고구마였다. 빈 강의실에서 고구마를 베어먹으며 난 언제까지 여기있을 수 있나 생각했다. 강사법이 계속 바뀌고, 나의 돈벌이가 되는 여기는 자꾸 나를 밀어내고.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고구마 한 봉지 사먹으려면. 어디로 가야하나.


그래도 11월에는 퍼포먼스를 할 것이고 나는 하나의 껍질을 찢을 거니까. 흙 묻은 고구마가 다용도실에 남아있고 엄마는 날 위해 쌀을 씻고, 먼 포항에서 과메기를 보내주고, 시를 쓰고 싶어요 선생님 내 시 좀 봐주세요. 하면서 앓는 아이들이 있고, 접영을 시작했고. 나는 다행히 물에 잘 가라앉으니까. 돌고래처럼 물속에서 웨이브를 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구석구석 끼어있던 울음이 빠져나가니까.


시 한 편을 쓰고 있다. 꿀벌을 죽여선 안돼 라는 구절은 꿀벌은 살려줘요. 내 등에 붙은 벌을 날려주면서 로 바꾸었다. 언제나 처음 쓴 문장이 더 좋다.


11월이 되면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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