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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Sep 23. 2016

[달쓰반]35편/연극 수상한 흥신소1탄vs크리미널시즌2

대학로 오픈런 공연, 데이트 연극,  강력스포주의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금요일의 리뷰 No.35

※ 주의: 이 리뷰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 1탄의 주요 내용 및 연극 <크리미널: 시즌2>의 

스포일러(범인 누설)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학로 익스트림씨어터 1관(혜화역 1번 출구 맥도널드 옆 건물에 위치)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 1탄을 보았다.


지난해 가을, 연극 <수상한 흥신소> 3탄을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번에 추천받아서 본 <수상한 흥신소> 1탄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나는 <에쿠우스> 나 <갈매기> 등  진지한 연극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나,

이런 연극은 데이트 할 때 보기에는 조금 꺼려진다.

취향 차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컬투 정찬우가 제작했다는 

뮤지컬 <프리즌>처럼 신나고 즐거운 공연을 좋아하는

상대의 취향을 무시한 채 

마냥 개인의 취향만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그래서 데이트 할 때, 연극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나의 취향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면서 

상대에게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연극은

무엇일까? 하고)


연극 <수상한 흥신소> 1탄은 이야기는 실종된 채 

가벼운 웃음만이 넘쳐나는 

양산형 소극장 연극과는 달리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토요일 낮 12시 공연을 보았다. 


<수상한 흥신소> 1탄에는 총 다섯명의 배우들이 나온다.

주연 배우인 상우, 정윤, 동연은 고정 역할이고, 

나머지 두명의 배우는 멀티맨과 멀티우먼 역할을 맡았다.


특히, "수상한 흥신소"가 오픈된 후,

귀신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이 손님들은  한 사람의 멀티맨이 연기한다.


멀티맨은 스웩이 넘치는 힙합맨도 되었다가 

염라대왕 선거  출마해 유세를 펼치기도 하고 

신부감을 찾는 아랍의 대부호가 되기도 한다.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멀티맨의 연기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장면에서는 소극장 연극의 특성을 살려

즉흥적으로 관객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한다.


마냥 가볍고 웃기기만 할 줄 알았던 연극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떠난 사람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사연으로 인해 

여운이 깊어진다.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는 경비 아저씨. 

아내가 문자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문자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아내는 그런 남편 때문에 상우를 찾아온다.


상우는 두 사람의 사연을 알게 된 후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두 사람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상우는 만화 공모전에 출품하지 못하고 죽은 

오덕희의 소원도 들어준다. 


오덕희 역할을 맡은 배우도

덕희 이외의 여러 가지 역할을 소화하는데 

웃길 때는 확실히 웃기고,

진지할 땐 확실히 진지한, 

팔색조 연기력을 보여준다.


상우가 덕희 대신 공모전에 낸 만화는 

2등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수상한 흥신소를 오픈하면서

귀신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을 도와주던 백수 고시생 상우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정윤(헌책방 주인)와 

그를 사랑했던 죽은 남자 동연 사이의 

메신저가 되어주기로 결심한다. 


(사실, 상우가 수상한 흥신소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같이 한번 사업을 해보자던 동연의 비지니스 제안 때문이다.)


남겨진 정윤과 그런 정윤을 두고 떠나게 된 

동연의 사연은 가슴 아프지만,

두 사람이 헌책방에서 

점심 메뉴 고르는 장면은 재미있긴 했다.


(동행인께서 연극 끝나고 계속 정윤의 그 대사를 따라해서

나는 절대 저런 적 없다고 말해야 했을 정도였다_=)

데이트 할 때 오히려 나는 동연의 입장인 거 같은데;;



(그런데, 정윤과 동연이 메뉴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이 장면은 커플들이 많이 보는 연극이나 뮤지컬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강남에서 공연되는 로맨틱 뮤지컬 <작업의 정석>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그러니까 이 장면은 무대 위 커플이 등장할 때, 일종의 클리셰, 고정관념 같은 장면인 것이다.

즉 정윤과 동연의 단란한 한 때(그들도 다른 남녀 커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성이나 관계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기에는 다소 평범하고 진부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장면이 있어서 자칫 무겁기만 할 수도 있는 

정윤과 동연 사이의 이야기에 숨통이 트였고, 

커플들의 공감대 혹은 대화꺼리를 만들어 주었다.)


상우는 정윤이 동연과의 대화로 

마음의 짐을 털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상우의 과거스토리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사람들이 상우의 능력(귀신을 보는 능력)을 알게 되면

다 떠난다고 했는데, 상우의 대사로만 처리되어서 아쉽게 느껴졌다.


(수상한 흥신소를 오픈했을 때 

멀티맨이 상우의 초등학교 동창 역할을 하면서 

찾아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코믹하게만 풀지 말고

상우의 과거 스토리로 짤막하게 활용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상한 흥신소 2탄도 있다고 하니까, 그 연극에서는

그 이야기를 풀어줄지 궁금하다. 


수상한 흥신소 3탄은 여고생인 주인공이

'수상한 흥신소'의 도움을 받아

과거로 타임슬립한다는 내용인데, 

'수상한 흥신소'가 등장한다는 공통점 빼고는 

1탄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3탄에서도 

'생과 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개그 장면을 적절히 살리면서도

관객에게 뚝심있게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좋았다.


수상한 흥신소 1탄과 수상한 흥신소 3탄이

가볍게 접근하기에 좋은 연극이라면,

역시 대학로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는 

연극 <크리미널> 시즌2는 적당하게 긴장하면서 볼 수 있는 연극이다.


현재 봄날 아트홀(쇳대 박물관 근처)에서 공연되는 연극 <크리미널> 시즌2는 

총 6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밀실 추리극이다.


무대에 등장하는 6명의 배우 중 극중 살인사건의 범인이 있다.

백만장자의 초대장을 받고, 별장에 모이게 된 여섯 명의 사람들.

이 여섯명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비밀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범인은 이 비밀과 모두 연관된 인물. 

범인이 사용하는 트릭이 거창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집중을 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미 캐스팅보드에도 결정적인 힌트가 있다)


커튼콜 후에는 대리인 역할을 맡은 배우가

범인(이정민)이 사용한 

극중 트릭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범죄들.

연극 <크리미널>은 이 범죄의 축소판이다.

연극은 누가 범인인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극의 완성도가 높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소극장 무대에 리얼타임을 도입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려는 시도는 매우 좋았다.


사랑 타령만 하는

혹은 마냥 웃기려고만 하는 

대학로의 가벼운 연극들이 

때로는 지겹게 느껴진다면,


연극 <크리미널 시즌2>와 같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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