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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Sep 30. 2016

[M.M.C] 영화 '아수라'

당신과 나의 아수라 (스포 포함)

  Madam Mystery Cabinet 외전 2.


 당신과 나의 아수라

  

  두 편의 피바다. 

  [능숙한 솜씨]와 [아수라]

  평생 흘릴 피를 어제 오늘 다 흘린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이 쏟고도 살아 있는가? 하고 내 몸을 살폈다. 

 먼저 영화 [아수라]다.      

  

  약 5분가량. 

  영화 타이틀이 오르기 전. 

  프롤로그 영상. 

 그것으로 충분했다. 


 본편이 시작되고부터 나는 일초라도 빨리 영화가 끝나길.

 아니 영화 속 인물들이 끝장나길 바라고 또 바랬다. 

 그래야 내가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입속으로 내내 ‘지겨워’를 달고 있었다. 

 소름끼치도록 잘 지은 ‘타이틀’때문이기도 했고 그 보다 더 징글맞은 배우들을 연기 때문이기도 했다.      

 

  현실을 베낀 영화 속 도시 안남. 

  도시 개발의 이름으로 폭주하는 사람들의 탐욕을 고스란히 담은 곳.

  눈길을 돌리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 널린, 그래서 더 소름끼치는 이름.     

  따뜻한 질감의 주홍빛 필름으로 감싸인 영화 속 안남시의 풍경.

  나는 이 장면에서부터 지긋지긋함을 느꼈다. 주인공 도경의 내레이션이 끝나야 했다. 

  내가 느낀 지긋지긋함도, 안남시의 탐욕을 체화한 시장 박성배도.      

 


  도경의 시작이 어땠는지는 굳이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그가 부패한 형사이며 더 썩은 박성배의 하수인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박성배의 뒤처리를 하던 도중 일이 꼬인다. 

박성배의 독주를 막으려는 반대파에 덜미가 잡힌다. 

도경은 그물에 갇힌 생선처럼 팔딱인다. 아니 팔딱여 본다. 

그럼에도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겨를이 없다. 

어쩌면 이미 잊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수라도’ 속이다. 당연할지 모른다. 

 미친 시장 박성배도, 그를 잡으려는 검사 김차인도. 

 그들은 자신들이 날뛰는 이유를 선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는 혼란스러워진다. 

 너무 명확해서 눈이 먼 지도 모르겠다. 

 


   피로 칠갑한 엔딩.

  장례식장에서 막을 내리는 엔딩.

  카메라는 유유하게 널브러진 시체들을 지나 도경을 비춘다. 

 그나마 도경은 끝을 냈다. 끝이라곤 없어 보이는 막다른 골목. 

 진짜 끝은 자신이 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도경은 후배 선모를 통해서 그 점을 깨우쳤다. 

 


  하지만 현실은 끝나지 않았다.

  원인과 결과가 뒤틀려 있는 현실의 ‘아수라’는? 

  영상 속이 아닌 내가 숨 쉬는 이곳의 ‘아수라’는 어떻게 해야 끝이 나는 것일까?

  

  역시 ‘자신’밖에 없는 것일까? 
  생각하고 움직이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지옥 같은 한 편의 ‘수라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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