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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Oct 14. 2016

[달.쓰.반] 38편/영화<카페 소사이어티>/스포주의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들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금요일의 리뷰 No.38

※ 주의 : 이 리뷰에는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유럽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을 것이다. 장시간의 비행 시간에 지쳐있던 나는

적당히 시간을 때울 기내 영화 목록을 클릭했다. 그렇게 해서 보게 된 <미드나잇 인 파리>는 내게 

우디 앨런이라는 감독의 이름을 각인시켜주었다. 

당시 파리 여행을 막 마친 터라 그런지 <미드나잇 인 파리>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나중에서야 우디 앨런이 <스쿠프>와 <매치포인트>의 감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당시 vhs로 출시되었던 그 영화들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감독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두 영화 모두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이란 것을 알고 나니,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공통점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두 영화 모두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기도 하고. 

<미드나잇 인 파리> 이후 우디앨런이 내놓은 영화중에서는 

케이트 블란쳇이 출연했던 <블루재스민>이 가장 좋았다.

<블루재스민> 영화 전반에는 

상류 사회의 속물근성을 적나라하게 하여 보여주는 시니컬한 유머와 냉소가 

흐르는데 이것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언제나 늘 그렇지만) 케이트 블란쳇의 훌륭한 연기도 좋았고.

하지만 역시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인  

<로마 위드 러브>와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그저 그랬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또한 그동안 재미있게 보았던 

<스쿠프>나 <매치포인트>. <미드나잇 인 파리>, <블루재스민>에 

비해서는 영화적 재미가 떨어졌다. 

<폭스캐처>의 스티븐 카렐을 이 영화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반가웠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는 1920년대와  벨 에포크 시대(1890년대)의 파리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지만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1930년대 할리우드라는 배경과 

진저 로저스, 주디 갈렌드 등 무비스타들의 이름만 계속 언급될 뿐

이들이 직접적으로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극중 보니와 바비가 비버리힐스에 위치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집을 돌아보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1930년대라는 언급이 없다면 나는 이 영화가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었는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샤넬의  의상 등 1930년대 의상들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시대상이 잘 느껴지진 않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비슷한 시기를 다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처럼 

좀 더 화려한 볼거리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영화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영화속에서 아름답게 나오긴 하지만,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에서 보여줬던 인상적인 연기와 달리

바비와 필의 뮤즈 역할, 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연기를 보여줬다.

역할 자체도 기능적인 캐릭터이긴 했지만.

바비는 보니에게 차인 후 뉴욕으로 돌아가

형 벤의 나이트 클럽 운영을 도와주며

카페 소사이어티(사교계)의 일원이 된다.

뉴욕에서 보니와 바비가 재회한 후 

바비는 보니에게 

순수했던 처음의 모습과는 달리, 

자신이 경멸했던, 속물 근성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었다고 비난한다.

그러자 보니는 사람은 세월이 지나면 변한다며,

바비도 옛날 모습 그대로 있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 

당신의 모습은 지금 무엇인가? 

이것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우디 앨런 영화답게 곳곳에 시니컬한 유머는 여전하지만. 

(영화 말미에 바비의 형 벤은 전기 의자 사형을 당하게 되는데

영화에서 그의 죽음을 그리는 톤은 그리 무겁지 않다.

이 영화에서 그가 등장하는 장면이 대체로 그렇다.

극중 갱스터인 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을 총으로 협박하거나 땅에 파묻을 때

극장에서는 여기저기 웃음이 터졌다.

적어도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의 벤은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의 갱처럼 무섭게 보이진 않았다.


바비가 만난 두 명의 여자의 이름은 모두 베로니카.

영화의 나레이터는 이를 두고 운명의 장난이라 말한다.

첫사랑 보니는 외삼촌의 아내, 즉 외숙모가 되고 

새로 만난 보니는 자신의 아내가 되는 아이러니. 

우연과 반복이 불러오는 인생의 아이러니는 우디 앨런 영화에서 수없이 변주되어온

모티프지만 이번 영화에서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이 영화의 나레이터는 우디 앨런 본인이 직접 맡았다고 한다.

바비 역할의 제시 아이젠버그의 연기는 미묘했다. 

특별히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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