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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Nov 29. 2016

[M.M.C] 34편/ 어둠 속의 덱스터/제프 린제이

Madam Mystery Cabinet No.34     

 

      어둠속의  

  덱스터 

 제프 린제이 장편소설 최필원 옮김

  - ‘덱스터’ 시리즈3.

  


    마이애미 경찰국 소속 혈흔 분석관 덱스터 모건.

   자신의 이름을 건 시리즈의 주인공.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그리고 『어둠속의 덱스터』     

  

 나는 세 권째 와서야 덱스터의 말에 웃을 수 있었다. 죄책감에 짓눌리지 않으며 최대한 가볍게 웃었다. 경박하지 않게 웃으려고 애썼다. 그만큼 덱스터는 내게 버거운 주인공이었다. 무한 신뢰를 바치며 ‘파이팅’ 구호를 외칠 수 없는 주인공이었다.        

  

  덱스터를 처음 만난 시리즈 1권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불편했고, 불편했고 불편했다.

  

평소 ‘다양성을 인정’ 하는 것이야말로 제일의 미덕이라 여겼다. 그렇더라도 보름달이 뜨면 사람을 토막 내러 가는 사람한테까지는 무리였다. 그에게 감정이입은 쉽지 않았다. ‘쉽지 않았다’는 말로는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덱스터의 솔직하고 담백한 고백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평범하지 않은 덱스터가 평범한 사람들 무리에서 평범하려고 노력하는 고군분투는 눈물이 날 만큼 웃겼지만 웃을 수 없었다. 웃다니! 연쇄 살인범의 말에 공감을 하다니! 말도 안 될 일이었다. 나는 딱딱하게 굴었다.      


 

  하지만 시리즈 2권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를 읽게 할 만큼은 ‘매력’은 있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 보면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다. 2권을 빌릴 때 3권을 함께 빌리지 않았던 이유는 2권으로 끝 낼 생각이었으리라. 생각은 생각으로만 그쳤다. 함께 빌린 다른 책들을 던져둔 채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눈에 띄지 않으려는 덱스터의 눈물 나는 생활기. 그래도 나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 앞에서 무장해제는 안 될 것 같았다. 덱스터가 동료를 위해(다 목적이 있다. 참고로 덱스터는 감정이 없다.) 위험을 무릅쓰는 장면에서조차도 그랬다.      

  

  그랬다. 3권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할 때도 내 마음가짐은 그랬다. 그랬는데,

『어둠 속의 덱스터』 p77.

  ‘평소 나는 저녁 퇴근길의 혼란스러운 도로 상황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도로 위에 넘쳐나는 운전자들의 분노와 서로에 대한 살인 충동을 보면 내 마음은 고향에 온 듯 편안해졌고 내 안의 검은 승객과도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대목을 읽다가 결국 웃고 말았다. 웃음이 한 번 터지자 어쩔 수가 없었다.

  

  시리즈 1편에서 시작된 덱스터의 ‘평범한 사람 닮기’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 최대한 평범해 보이기 위해 선택한 애인 리타. 그의 애인이 되기 위한 조건. 전 남편과의 아주 나쁜 기억 때문에 남자와의 신체적 접촉을 꺼리는 여자. 남자 친구와는 이야기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여자. 이왕이면 아이들이 딸린 여자. 실제로 리타는 그런 조건에 딱 맞는 여자였다. 덱스터는 경찰청 과학수사과를 벗어나면 종종 리타와 만나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아이 둘과 놀이를 하기도 했다.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덱스터.

  그에게 최대의 위기는 2권에서 시작되었다. 리타가 덱스터의 주머니에서 반지를 발견했다.

  알이 굵고 화려한 반지.(사실 그 반지는 사이코 의사가 잘라낸 피해자의 손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얼떨결에 약혼을 하고만 덱스터.

 


  리타와의 결혼 준비. 연쇄 살인범 덱스터가 (그가 이제까지 죽인 사람이 약 40여 명) 결혼식 피로연에 내놓을 음식 값을 흥정하러 가야 하다니!

  나는 이제야 혹은 이제는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입술 위에서만 간신히 떠도는 웃음이 아니다. 웃다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웃음이다. 어떤 상황이냐고? ‘머리가 잘리고 불에 탄 시체 두 구’가 버려진 현장을 보고 온 날. 꿈이라고는 꿔 본 적도 없는 덱스터. 그가 어쩐 일인지 악몽을 꾸고 잠꼬대를 했다.

 P106. “이리와 자기.”

  리타가 속삭였다. 이리 오라니! 퀸 사이즈 침대에 같이 누워있는데 어디로 가고 말고 할 공간이 있단 말인가?     

 

 단언컨대 나처럼 늦고 더디고 무딘 사람이라도 덱스터 시리즈를 3편 정도 읽으면 그에게 빠지고 말 것이다. 그의 정신상태가 어떻든. 덱스터가 아닌 주인공이라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절대 저런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해는 말자.

  덱스터의 연쇄 살인범만 골라 죽이는 살인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래도 마이애미의 죽여주는 풍광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끝도 없는 사건.

  평범한 우리들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사이코 패스 덱스터.

  이제 4권을 읽으러 가야겠다.      


* 덱스터는 미국 TV시리즈로 시즌8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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