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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Jan 07. 2017

[달쓰반]52편/뮤지컬<인 더 하이츠>

라틴 힙합 뮤지컬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52

※주의: 이 리뷰에는 뮤지컬 <인 더 하이츠>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 오는 2월 12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인더 하이츠>를 관람했다. 오프닝 공연을 봤을 때는 시큰둥했다. 랩으로 시작하는 가사도 잘 안들리고, 내용도 크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가 예일대에 적응하지 못한 니나가 고향인 뉴욕 맨해튼의 북서부 워싱턴 하이츠에 돌아오면서 

솔로곡을 부르는데, 그때부터 이 공연에 집중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스탠포드라는 명문대에 입학했으나 학비 때문에 밤새 알바를 뛰어야 했던 니나. 책만 보는 학우들을 이길 수 없었던 니나는 결국 휴학하고 귀향하게 된다. 장학금을 받아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도, 학기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도

심지어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아도 언제나 방학이 되면 늘 다음 학기의 

학비 걱정을 해야 했던 대학교 시절이 생각나서였을까. 

마음의 근심이 가득한 니나를 보면서 이 공연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고,

그제서야 지금 당장은  먹고 살아야 하는 생계 문제 때문에 

자신의 꿈을 마음 속에 고이 접어두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라틴계 이주민 커뮤니티인 워싱턴 하이츠의 구성원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즈나비는 미국에 막 도착한 아버지가 자신을 반겨주는 듯한 큼지막한 배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아, 그 배에 있는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 글자는 바로 US NAVY.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우즈나비의 고향은 도미니카 공화국이다.

우즈나비는 인더하이츠에서 식료품을 운영하며 라틴계 이주민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오프닝 무대도 우즈나비가 시작한다. 


베니는 니나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택시 회사의 직원이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바네사는 자신을 좋아하는 우즈나비의 마음을 알고 있지만, 

언젠가는 늘 인더하이츠를 떠나리라 결심하며 

솔로곡을 부른다.

인 더 하이츠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다니엘라는

독특한 말투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다.


이렇게 인더하이츠의 주민들은 하루 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날 우즈나비를 키워준 쿠바 출신의 할머니 클라우디아가 복권에 당첨된다.

클라우디아가 복권에 당첨되기 전, 마치 복선과 같은 역할을 하는, '96,000' 넘버는 매우 흥겹다.

이 곡은 <인 더 하이츠> 주요인물들이 다 같이 춤 추면서 노래 부르는 곡으로

강렬하고 역동적인 힙합 리듬이 인상적이다.

내가 마음의 문을 열기 전에는 대체 뭔 소리지? 라고 생각했던

우즈나비의 랩도 이 무대에서는 또렷하게 잘 들렸다. 


친구들과 최근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 라는 주제로 

신나게 이야기 한 적이 있어서 더욱 몰입하면서 봤다.

만약 나에게도 어느날 갑자기 96,000달러가 생긴다면 무엇을 할까?

상상만 해도 짜릿하고, 즐거워지는 기분. 


미국의 독립 기념일을 앞두고, 

인 더 하이츠에는 폭동이 일어나고 전기가 끊기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클라우디아 할머니는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알고,

꿈에 그리던 고향에 돌아갈 생각에 들뜬다.


우즈나비도 클라우디아 할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지만,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되고,

우즈나비는 결국 귀향을 포기하고 인더하이츠의 재건에 

할머니가 남긴 복권 당첨금을 쓰기로 한다.


딸을 대학교로 돌려보내기 위해 수십년간 운영한 택시 회사를 한순간에 접어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도, 

도저히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이웃동네로 미용실을 비록 옮기는 다니엘라의 마음도, 

공연이 끝날 때쯤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인 더 하이츠>는 귀뿐만 아니라 눈도 즐거운 공연이다.

1막의 엔딩을 장식하는 화려한 불꽃놀이도 아름답고,

2막의 엔딩 무렵, 

우즈나비가 인 더 하이츠에 남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되는,  

무대 위의 그래피티도 시선을 사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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