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안 쓰고 주말에 떠나는 후쿠오카 맛집 나들이
"오늘"생각난 장소에 대한 비정기적 매거진 No.15
새 여권 발급을 신청하고, 유효 기간이 지난 여권을 살펴보다가 오래된 영수증을 보았다.
빛바랜 영수증을 보니 급하게 후쿠오카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던 일이 생각났다.
지금이야 연차를 쓸 수 있는 회사에 다니지만, 그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는
연차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5일제라는 것.
때는 지금과 같은 1월, 공식적으로 3,4일씩 여름휴가를 낼 수 있는 7,8월이 아닌지라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려면 주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에서 후쿠오카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20분 남짓, 2시간도 채 안되는 비행시간이
마음에 드는데다, 도시 곳곳에 한국어 안내판이 많다는 점이 안심이 되어
곧바로 후쿠오카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후쿠오카 공항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먼저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으로 이동해야 한다.
후쿠오카 지하철 티켓 자판기와 티켓. 한국어 선택이 가능하다. 현재 후쿠오카 공항-하카타역 지하철 요금은 260엔이라고 한다.
당시 해당 구간 요금은 250엔이었다.
100엔 버스를 타면 후쿠오카의 주요 스팟으로 이동할 수 있다.100엔 버스는 뒷문으로 승차하고, 앞문으로 하차해야 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100엔버스만 그런 게 아니라 일본의 모든 시내버스가 그렇다고 한다.
일단 출출하니까 100엔 버스를 타고 캐널시티의 스시 온도를 가기로 결정했다.
스시온도는 100엔 초밥 회전 가게.
스시온도에서 몇 접시를 먹고 나니 어느 정도 허기가 채워졌다.
스시온도에서 계산을 마치고 바로 이동한 곳은
캐널시티 5층에 위치한 라멘스타디움
이곳에서는 라멘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주문은 자판기에서 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그 당시 일본어를 독학으로 조금 공부해서
나름 여행 회화를 시도해봐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라멘집에서 점원이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잉글리쉬 플리즈 , 라고 외쳤더니
누들, 노말? 핫? 소핫?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아, 그 말이었구나. 결국 어설픈 일본어는 그만 접기로 했다. 단, 한마디만 빼고.
고레 쿠다사이(이거 주세요!)
이건 어느 상점에서나 통하는 마법의 주문 같은 것.
캐널시티에서 나와 다음 장소로 가기 전에 들른 곳은 하카타 교통센터의 100엔 샵. 우리나라로
치면 다이소 같은 곳이다.
당시의 영수증은 옛 여권 속에 남아있으나, 무엇을 샀는지는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100엔샵이라고 마구잡이로 지르지는 않았다는 것.
100엔샵을 구경한 다음 , 몇군데 관광 명소를 더 구경하고 오후에는 일본식 부침개라는 오코노미야끼를 먹으러 갔다.
후식으로는 크레페를 먹고, 또 그 다음엔 하카타 명물(히요꼬)이라는 병아리 만쥬를 먹으러 갔다.
이것들이 기억나는 이유는, 구 여권에 이 영수증들의 글자가 흐릿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읽을 수 있는 한자나 일본어가 많지 않아서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는 영수증도 열장 이상이나 된다.)
이제는 더이상 쓸 수 없는 여권. 그 속에 잠들어있던 오래된 영수증. 나는 저장 강박증이 조금 있는 편이라 국내 혹은 해외 여행을 하게 되면 티켓이나 영수증, 지도나 안내도 등을 거의 모으는 편이다.
물론 요즘은 PC나 모바일 화면으로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현지의 영수증을 여권 케이스에 끼워넣는 일은 내가 누리는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이미 잉크가 모두날아가버려,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영수증도 있고,빛이 바래긴 했지만 스시온도의 영수증처럼 그 당시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영수증들도 있다.
그 빛바랜 영수증들 덕분에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