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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Jan 24. 2017

[M.M.C]36편/지옥이 새겨진 소녀/안드레아스 그루

Madam Mystery Cabinet No.36     

옥이 새겨진 녀 

 안드레아스 그루버/ 송경은 옮김 

 

  두 개의 사건, 두 곳의 장소(오스트리아의 빈과 독일의 비스바덴), 빈 검찰청 검사 멜라니와 독일 연방범죄수사국 아카데미 교수이자 최고의 프로파일러 슈나이더와 그의 연수생인 형사 자비네. 그리고 10일간의 시간. 같은 날 두 곳의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어쩐지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각각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대는 멈추지 않는다. 언제쯤 두 이야기가 만날 것인가? 두 개의 전혀 다른 사건은 어떻게 연결된 것일까?


  먼저, 독일 비스바덴. 사건 해결률 100%의 천재 프로파일러, 까칠하고 직설적이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끔찍하고 지독한 살인 현장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며 범죄자의 심리에 접근한다. 그래서일까? 누구보다도 살인자의 행위를 제대로 파악한다. 그가 연방범죄수사국 아카데미 수업에서 꺼내 든 세 건의 미제 살인사건. 장소도 시기도 피해자도 살해 방법도 전혀 다른 사건. 열혈 아카데미 연수생 형사 자비네는 세 건의 사건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연결고리라고는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는 사건에 무슨 연관성이 있다는 말인가?

 

 다음은 오스트리아의 빈이다. 11살 소녀 클라라. 어깨 밑부터 꼬리뼈까지 빼곡하게 불과 피와 천사와 악마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을 새겨 넣은 등. 실종된 지 1년 만에 극적으로 탈출한 소녀. 검사 멜라니는 소녀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딸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클라라가 발견된 숲에서 또 다른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등의 살갗이 완전히 도려내 진 채.      


 빈에서는 멜라니가 비스바덴에서는 자비네와 슈나이더가 각자의 사건을 쫓는다. 그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다. 두 곳의 사건이 하나로 만나는 곳. 그곳에 이 모든 사건의 연결 고리가 있다.      

  

 뛰어난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점은 범죄 심리학의 고전인 마이클 스톤의 [범죄의 해부학]에 등장하는 이론의 활용이다.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지닌 사람에게 적절하고 꾸준한 자극은 잘 마른 장작에 기름을 붓는 겪이다. 마지막으로 곁에서 살짝 라이터를 켜기만 하면? 결과는 예상할 것도 없다. 엽기적인 살인 현장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범인은 바로 그 역할을 충실히 따랐다. 전문가답게 잘 고르고 골라 자신의 기질을 누구보다 제대로 발휘하도록 만들었다. 

 

 섬세하고 정교한 톱니바퀴들이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잘 맞물려 돌아간다. 멜라니와 자비네 그리고 슈나이더는 이 완벽해 보이는 기계에서 틈을 찾아 뛰어든다.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범인 역시 밝혀진다. 나는 한 숨 돌리지만 어쩐지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다. 주인공들의 뒤로 수많은 미제 살인 사건 파일이 담긴 캐비닛이 아른거렸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악’의 실체 역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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