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뷰파인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술사 Feb 02. 2017

[M.M.C] 37편/ 파기환송/ 마이클 코넬리

Madam Mystery Cabinet No.37     

파기환송

마이클 코넬리 지음/ 전행선 옮김 

 

   코넬리의 미키 할러 시리즈 세 번째.

  작가의 영원한 히어로 해리 보슈의 이복동생이자, LA에서 자칭 저주받은 자들의 수호자인 변호사 미키 할러. 그가 주인공인 작품이기에 제목부터 ‘법정’ 냄새가 짙다. 개인적으로 법정보다 현장을 선호하기에 할러 시리즈를 대놓고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유? 이런저런 까닭이 있겠지만 일단 법에 문외한이다. 무엇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배심원단을 놓고 벌이는 미국의 사법제도는 더욱. 그럼에도 이 작품은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가 몇 개 있었다.     

  첫 째. 등장인물이다.

  할러가 주인공이지만 보슈가 등장한다. 깜짝 등장이나 특별출연이 아니다. 함께 사건을 맡았다. (실제로 할러와 보슈의 시점이 교대로 작품을 이끌어 간다.)

 두 번째. 역할의 의외성이다.

 범죄자의 수호자인 미키 할러가 이번엔 변호사가 아니라 검사로 재판정에 선다. (책 앞, 뒷면에 실린 몇몇 홍보 문장은 마이클 코넬리의 팬이라면 완전히 혹은 아니더라도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악당 전문 변호사가 검찰로 변신한다니!

 그리고 이들이 맡은 사건.

 24년 전, 아동살해범으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수감 중인 제이슨 제섭. 그런데 한 달 전, 캘리포니아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법원으로 되돌려 보낸 사건. 검찰의 선택지는 재심리 또는 제섭의 무죄방면이다.      

  결국, 나는 책을 집어 들었고 예상대로 중간에 놓지 못했다.

  할러가 제섭 사건의 특별검사를 맡기로 수락하는 첫 장면. 할러는 검사 측에 선 자신의 모습을 보는 딸을 떠올렸다. 보슈가 등장하는 다음 장,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할러와 그의 전처이자 딸의 모친인 매기 맥퍼슨 검사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 두 사람은 보슈에게 제섭 사건의 수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보슈는 대형 쓰레기 수거함에 버려진 아이의 시체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딸을 떠올렸다.

  

  이처럼 이 작품에는 이복형제인 할러와 보슈, 할러의 전처인 매기와 그들의 두 딸이 등장한다. 흩어져 있기는 하지만 가족이다. 작가가 그동안 등장시킨 주인공과 가족. 그들이 드디어 한 작품에서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한다. (코넬리의 시리즈를 즐겨 읽는 독자라면 이 부분 또한 큰 즐거움 이리라.)  

   보슈의 수사와 할러의 재판 진행 솜씨가 멋지게 어우러진다.

  피고 측 변호사의 활약도 흥미진진하다. 수감된 2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사법 투쟁을 벌인 제섭. 결국 대법원의 파기환송이란 결과를 손에 넣은 그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법정 싸움.


작가는 여느 때보다 침착하고 탄탄하며 꼼꼼하게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독자를 재판정으로 이끌었다. 할러의 일인칭 시점과 보슈의 3인칭 시점. 나 역시 그의 배려에 때라 차근차근하게 책장을 넘겼다.

  이해는 어렵지 않았고 반전은 탄성을 지르게 했지만 결말은 늘 그렇듯 아쉬웠다. 이제 당분간, 그동안 혹시라도 놓치고 읽지 못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샅샅이 찾아 읽으며 그 아쉬움을 달래야 할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M.M.C]36편/지옥이 새겨진 소녀/안드레아스 그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