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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Feb 06. 2017

[책을 빌리다] 13편. 편의점 인간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살림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어떤 책이 인기가 있을까?

도서관 리뷰베스트에 속한 책을 읽는, 월요일의 리뷰.


<편의점 인간>은 2017년 1월 한달동안 서디문구립도서관 등에서 이용자들이 많이 대출한 책입니다.


평범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평범하게 남들과 다를바없이 사는 삶이 옳은 삶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이 들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후루쿠라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다.

사회부적응자로 설정되어 있다.

그녀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거대한 트라우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생각. 그 생각의 한끝차로 인해 특이한 인물이 되었다.

사실, 그녀의 이상행동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사실은 조그마한 생각차이일 뿐이었다.

닭고기는 맛있게 잘 먹고 좋아하면서 참새의 죽음은 왜 슬퍼해야 하는지 혼동스러워하는 후루쿠라.

그녀는 닭과 참새의 차이가 무엇이길래 닭의 죽음은 기쁜것이고 참새의 죽음은 슬픈것인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닭과 참새에 대한 감정의 차이가 그녀에게는 낯설게 다가온 것이다.


우리와는 살짝 다른 그녀의 시선.


후루쿠라는 여러 상황들로 자신의 생각이 다른것이 아니라 틀렸다고 여겨짐을 알아차리고는 

자신의 사회부적응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한다.


그녀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그런 그녀를 위해 여동생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만한 핑계거리를 만들어준다.

후루쿠라는 여동생이 만들어준 변명에 자신의 실체를 숨기고

스무살부터 지금까지 십년이 넘는 기간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하며 살아간다.


후루쿠라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안정을 찾는다.

여동생은 처음에는 그녀가 편의점아르바이트를 시작한것을 사회로 한 걸음 다가가는 것으로 여겨 기뻐한다.

그러나 그녀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에만 오랜 기간 머무르자 다시 좌절한다.


후루쿠라는 편의점 점원으로써 스스로는 행복하게 잘 살아간다.


그러나 그 삶에 균열이 생긴다.

시라하씨가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오자 그녀의 이상한 삶이 수면위에 드러난다.

결국 후루쿠라는 다른 편의점 점원의 공격대상이 된다.


결국 그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알아본다.

그러나 그녀는 편의점을 벗어날 수 없음을 몸소 느끼고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온다.

또 다른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 마음먹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보았던 심리학서적이 떠올랐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이 책에서는 정신병자들의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남들과 다른 정신세계를 가진 병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 있어서

"당신은 세상을 똑바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선을 수용하고 아내가 모자로 여기더라도 평범한 사람의 시선으로 교정하려 하지 않았다.

저자의 시선이 당시 낯설고 아리송했다.

저 사람은 아내를 모자로 여기고 있는데 아내는 모자가 아님에도 왜 그 시선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내 시선도 남들과 다른 무언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두려움.


요즘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같은 정신병을 가진 범죄자들에 대한 문학작품이 많이 나오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한다.

결국 그런 범죄자와 후루쿠라 모두 사회부적응자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후루쿠라는 편의점에만 머물뿐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그 차이가 '두려움'의 유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후루쿠라는 자신이 안락하게 여기는 편의점에 있게 된다면 사회나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계속해서 편의점에 있지 못하고 '두려운' 사회로 향하게 된다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을테다.

그러면 이 소설은 스릴러나 범죄물 소설이 될 것이다.


앞서 던졌던 질문으로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나와 똑같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만 평범한 사람인걸까.


오늘도 편의점은 항상 열려있다.

소설 배경 속의 일본 편의점도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의 편의점도 24시간 항상 손님을 기다리며 문을 열어둔다.

후루쿠라는 편의점에서 손님들을 기다리며 그들의 요구에 맞춰가며 물건진열을 하고 일을 한다.

그녀가 우리와 다른 점은 미혼과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것 뿐이다.

평범함과 이상함의 기준을 나누는 것, 그 자체가 폭력이며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의 기준으로 만든 잣대가 후루쿠라와 같은 피해자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후루쿠라는 편의점에서 행복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한다.

우리는 그런 그녀를 사회부적응자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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