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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Feb 17. 2017

[오늘의 휴가]19편/괜찮아,뚜벅이야.

원데이 오키나와 북부 버스투어  (코우리 대교, 만좌모, 파인애플 파크)

"오늘" 생각난 장소에 대한 비정기적 매거진 No.19

오키나와에 도착한 지 이틀 째 되는 날, 조식을 먹고 미팅 장소로 향한다.

렌트카 없이 여행하는 일명, 뚜벅이 여행족을 위한 일일 투어 버스를 예약했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은 8시 30분. 가이드가 먼저 약속 장소에 나와 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투어 버스에 오른다. 첫번째 목적지는 코우리 섬이라고 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다리가 나타난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가장 길다는 코우리 대교.

그러고보니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과 공효진이 드라이브를 했던 다리가

바로 이곳인가.

드라마 전편을 보지는 않았지만, 친구의 추천으로 그 장면을 본 적은 있다.

그들처럼, 화려한 스포츠에 타지는 않았지만 뭐 어떤가.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내 마음을 확 트이게 만든다.

괜찮아, 나는 튼튼한 두 다리를 가진 뚜벅이야.




버스가 정차한 뒤, 바다를 향해 겅중겅중 뛰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말하길, 고우리 섬에는 오키나와판 아담과 이브의 전설이 있다고 한다.

먼 옛날, 고우리 섬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던 떡을 먹으며 알몸으로 생활하던 두 남녀가 있었다.

근심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던 이들은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더 이상 떡이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내일의 식량이 걱정 된 이들은 먹고 남은 떡을 저장해두었는데

얄궂게도 그 날 이후로는 더이상 하늘에서 떡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들은 노동을 하기 시작했고, 벌거벗은 몸이 부끄러워 옷을 만들어 입었다.

이후 이들의 후손이 류큐의 시조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오키나와판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의 행복을 놓쳐버린 것일까?

나는 혹시 오키나와판 아담과 이브의 전철을 밟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다른 나라의 시조가 될 리는 없으니,

오키나와판 이브와 아담의 전철을 밟는다면)

미래에 대한 의심은

지금, 충분히 누리면서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좀 먹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일일투어 버스는 오후 늦게 만좌모에 도착했는데,

노을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와 달리

엄청난 강풍과 맞딱드려야 했다.

게다가 사진 한 두장 찍고 나니,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써봐야 소용없었다. 발라당 뒤집어지니까.

제주도 올레길을 혼자 여행했을 때도,

엄청난 비바람을 뚫고 지나가야했는데 그때보다 더 강한 바람 같다.

안전이 제일이니, 더이상의 산책은 무리다 싶어서 투어 버스로 되돌아갔다.



만좌모는 류큐의 쇼케이 왕이 만 명이 앉을 만큼 넓다고 감탄했다는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날씨만 좋았다면, 바닷바람을 쐬면서 오래도록 감상하고 싶었는데

날씨 운은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다 써버린 것 같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다. 온종일 비가 오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만좌모 직전의 행선지는 나고 파인애플파크.

일일투어버스 요금에 입장료까지 포함되어 있어

잠시 쉬어 가는 기분으로 갔던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카트가 반겨준다.

카트에는 핸들이 있지만, 조작할 필요는 없다.

레일을 따라 파인애플 파크를 한바퀴 돌고나면 열대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정원이 나온다.

정원 관람까지 마치면 파인애플로 만든 과자, 초콜릿,와인, 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를 시식할 수 있는 상점이 기다리고 있다.

후르츠랜드는 파인애플 파크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니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취향에 따라 어느 한 곳을 선택해 구경해도 좋을 것 같다.

아침 8시 조금 지나 겐쵸마에역 류보백화점 앞에서 출발한 투어 버스는 저녁 6시 무렵 마키시 역 근처에 데려다주었다. 원래의 계획은 마키시역부터 숙소가 있는 겐쵸마에역까지 국제거리를  따라 걸으며 천천히 구경할 생각이었으나 이를 어쩐다.

만좌모에서 시작된 빗줄기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 어떠랴. 이 정도 비쯤이야 괜찮다.

혹시나 해서 챙겨온 우비를 입고 국제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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