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북폴리오
※ 본문에 소설 및 영화 <걸 온 더 트레인>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말 아침, 개봉작 및 개봉 예정작을 검색하던 중 <걸 온 더 트레인>이라는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에밀리 블런트의 얼굴 아래 '<나를 찾아줘>를 잇는 충격적 미스터리 스릴러, 사라진 여자, 조각난 기억,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세계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원작'이라니. 이번에도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야 하나 영화를 먼저 볼까 하는 기로에 놓였다. 그러다가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명한 선택이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다소 두꺼웠지만 가독성은 좋은 편이었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그러했고, 레이첼, 메건, 애나 세 여자의 시점이 돌아가며 보여지면서 호흡을 적당히 조절해주었다.
영화는 소설 속 인물들과 사건들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아니 제대로 옮겨놓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 술에 취해 있는 레이첼로 분한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는 물론 부족함이 없었다. 늘 취해있는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여자, 지나친 상상력에 오지랍마저 넓은 여자, 살찐 이혼녀, 실직자. 응원하고 싶은 주인공이 아님에는 분명하지만, 그래도 레이첼은 제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그나마 매력적이었던(레이첼과 뭇 남자들의 눈에는 말이다) 메건(제스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은 그저 자기 연만에 빠진 불안정한 심리 상태의 여자에 불과한 캐릭터로 만들어놓았다. 그녀가 남편 스콧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가 단순히 집착만 하는 남자가 아니라 메건에게 얼마나 큰 안정감을 주었는지는 안타깝게도 영화에서 보여지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메건이 왜 톰에게 임신했다는 사실을 말하기로 결심했는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10대 때 동거한 맥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리비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옳은 선택을 하겠다는 그녀의 결심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애나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전 부인인 레이첼이 자신과 남편 톰, 딸아이 에비의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져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바람 핀 살인마 톰에게서 느낀 배신감과 딸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리를 잘 보여주지 못했다. 레이첼이 톰의 목에 찌른 코르크 따개를 애나가 잔인하게도 빙글빙글 돌려 그를 다시 한번 더 확실하게 죽이는 장면에서 다소 갑작스럽다고 생각한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서에 진술을 하기 위해 간 애나가 레이첼에게 "잘 지내요." 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에서는 그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라일리 경사에게 "그녀가 한 모든 말이 맞았어요." 라고 말한다. 두 여자가 느끼는 동질감(남편의 바람과 배신), 죄를 공유한 공범의 은밀한 심리적 교환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난 후 바로 영화를 봐서 더 지루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 나오는 세 여자의 독백, 인물들 간의 대화가 거의 그대로 보여지면서 다음 장면 그 다음 장면까지 예측 가능했고, 영화는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영상화의 이점을 살리기는 커녕 소설 속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변화를 그저 띄엄띄엄 보여주었다.
책의 날개 부분을 펼치면 <The Precious Thing>의 작가 콜레트 맥베스가 '고속으로 달리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 이라고 평한 문구가 적혀있다. 필자는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기 때문에(싫어하기 때문에) 이 말이 얼마나 극찬인지는 모른다. 물론 영화보다 책이 훨씬 낫다. 하지만 반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알코올 중독자의 넋두리와 지지부진한 사건 전개를 지켜봐야 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빠르고 스릴 있는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그저 술에 취한 레이첼처럼 속이 울렁거리게만 만드는 오래된(수명이 다 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느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