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술사 Apr 20. 2017

[M.M.P] 13편/ 더 플랜

Madam Movie Poster No 13.      

더 플랜  

 [2017 4월 20일 개봉감독최진성제작김어준]     


  나는 역사에서 현재를 성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오만한 판단이었다. 나는 게을렀고 비겁했으며 어느덧 그런 자신과 타협했다. 


  1960년 3월 15일. 4대 대통령 선거에서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부정선거가 이루어졌다. 아직 투표가 진행 중인 곳의 투표함이 개표소에 도착해 개표가 시작되었다. 물론 사전에 준비된 조작된 투표함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승만의 표가 너무 많아서 득표율을 하향 조정했다는 당시의 부정선거는 과히 부정선거의 역사에서도 독보적이었다. 나는 당시의 유권자들에게 연민을 느꼈다. 도대체 어떤 시대에 살고 있었던가. 야만적이고 천박한 시대를 살아낸 것이 아닌가. 이런 얕은 연민의 이면에는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더 낫다는 의식이 깔려 있었다. 그랬다. 나는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실현된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행사한 표가 왜곡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이했다. 근시안적이었고 역사를 폄하했다. 


  2012년 18대 대선 이후, 수많은 의혹과 합리적 의문들이 줄을 이었다. 의심은 했지만 짧았다. 쉽게 패배를 인정하고 현실에 안주했다. ‘지금이 1960년대는 아니지 않은가? 1970년대의 겨울 공화국은 아니지 않은가? 1980년대 피비린내 진동하는 5 공화국은 아니지 않은가?’ 했다. 

  기득권 세력은 결코 지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있었다. 정권교체, 10년의 봄 동안 무뎌진 것인지 모른다. 어쨌든 오늘 [더 플랜]을 보았다. 


  합리적 의심에서 시작한 작업은  전자 개표기(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2년 대선에 사용한 전자 개표기를 제조한 회사의 더 업그레이드된 것) 실험의 충격적인 결과로 끝을 맺었다.   

   

1. 시간

  투표함이 아직 개표소에 도착하기 전 개표 결과가 방송을 탔다.

  전자 개표가 진행 중인 곳의 결과가 방송을 통해 발표되었다.

  전자 개표는 마무리되었으나 아직 개표소의 책임자가 발표하기 전, 방송에 결과가 나왔다.     

2. 미분류표, 3.6%

  전자 개표기는 무효표가 아닌 표들을 무더기로 미분류표로 분리했다.

  통계학자의 합리적 의심에 의해 탄생한 일명 K 값. 1.5

  2012년 대선에서 미분류표는 전국적으로 하나의 숫자를 향해 수렴되었다. 

  정상이라면 미분류표는 K값 1을 나타내야 한다. 하지만 2012년 대선은 그렇지 않았다.  

   

3. 해킹 실험.

  전문 프로그래머가 만든 해킹 프로그램을 전자 개표기의 원래 프로그램 위에 살짝 덧붙인 실험이었다. (해킹 프로그램은 박근혜:문재인, 51:48로 조작되어있다.)

실험 1. 10,000표 

  박근혜 4950표

  문재인 4950표

  무효 50표

  기타 후보 50표

  결과는 정직했다. 기계는 프로그램대로 정확히 작동했다.

  박근혜 5,167표/ 문재인 4,738표. 51:48

  

실험 2. 10,000표 

  박근혜 4700표

  문재인 5200표

  무효 50표

  기타 후보 50표

  결과는 같았다. 

  박근혜 5,167표/ 문재인 4,738표. 51:48     

  

실험 3. 문재인 500표

  전자 개표기는 실험 참가자들 앞에서 문재인에 기표된 표를 박근혜로 분류했다. 

  개표 결과는 역시 51:48     


19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투표가 아니라 개표가 결정한다.”

심장까지 서늘해지는 포스터  문장이다. 

1960년 3·15 부정선거, 국민들은 그 날 일어섰다. 4·19 혁명의 시작이었다. 역사는 저들의 파렴치한 행위만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M.M.P] 12편/공각기동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