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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May 01. 2017

[M.M.P] 14편/ 특별시민

Madam Movie Poster No14.      

특별시민

 [2017 426일 개봉/ 감독, 박인제]     

 

 ‘정치와 선거’라는 가죽을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욕망.

  영화 [특별시민]의 감상 소감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 시장(현 서울 시장이자 3선 시장에 도전하는 최민식)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욕망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결국 주인공은 정치도 선거도 변 시장도 아닌 욕망이다. 그런데 그 욕망은 목적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처음부터 ‘목적’이라는 것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목적 없는 욕망은 목표만 겨우 살아남아 비틀거리며 목표(서울 시장 선거에서의 승리)를 향해 돌진한다.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피곤하다. 목표를 향해 가는 욕망의 걸음걸이는 개운치 않다.


  영화 [특별시민]은 감독의 의도도 제목이 주는 의미도 불투명하다.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적합해 보이지도 않는다. 변 시장과 그 주변(선거운동본부) 사람들도, 배경 그림으로 등장하는 유권자도 누구도 [특별시민]이 아니다.      

  

  또한 영화는 근대 시민혁명이 거둔 일정의 성과를 부정한다.

  서구 시민혁명이 거둔 소기의 성과란 다름 아닌 ‘선거’라는 행위를 토대로 한 ‘대의민주주의’의 확립이다. 비록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제도로서의 ‘대의민주주의’는 다수의 인민을 정치의 대상에서 주체로 바꿔놓았다. 이 한가운데 ‘선거’가 있다. ‘선거’는 그 자체는 물론 결과 역시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인민이 정치의 주체로서 정치의 전면에 서는 행위임과 동시에 근대와 현대를 전근대와 구분 짓는 기준이기도 하다.


 영화 [특별시민]에는 인민이 없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인민을 카메라 저편에 배치했다 하더라도 그렇다. 정치의 대상으로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번 박경(심은경)의 마지막 대사 “당신들이 그렇게 하찮게 보는 유권자로 돌아가려고요.”에 등장할 뿐이다. 그마저도 실체가 모호하다. 감독의 의도가 이처럼 인민이 실종된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과하다. 너무 과해서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 정치는 정치꾼(영화 속 등장인물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뻔하고 오래된 호들갑을 굳이 130분이 넘는 장편 영화로 강조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배우들의 열연이 아쉬웠다.

  5월, 때 이른 대선.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영화에서 느낀 씁쓸한 맛을 희석시키고 싶다.     


 “민주주의가 최선의 인물을 지도자로 뽑아 최대의 선을 행하게 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경우, 선거는 자칫 ‘다시 실망하기 위해서 매번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비극적 이벤트’로 전락할지 모른다. 뽑아놓은 지도자가 알고 보니 최선의 인물이 아니었다거나, 선하기는 하지만 능력과 추진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실망하게 되고, 그래서 대중이 선거 자체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잃게 되면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교묘한 위선으로 잘 무장한 최악의 인물이 달콤하지만 실현할 수 없는 약속을 내세워 권력을 장악하는 중우정치로 타락할 수 있다.”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p118.


 “민주주의의 정치제도의 목적과 강점은 사악하거나 거짓말을 잘하거나 권력을 남용하거나 지극히 무능하거나 또는 그 모든 결점을 지닌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나쁜 짓을 마음껏 저지르지는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p116


 2017년, 대한민국의 인민은 이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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