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뷰파인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술사 May 24. 2017

[M.M.C] 44편/죽음의 한가운데/로렌스 블록

매튜 스커드 시리즈 2

Madam Mystery Cabinet No.44     

죽음의 한가운데

매튜 스커더 시리즈 2

로렌스 블록/ 박산호 옮김     

In the Midst of Death (1976년 작) 죽음의 한가운데 (2013년 국내 출간)     


하드보일드의 고전이다.

전직 형사, 탐정 면허는 일부러 따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나 그들의 소개로 일을 받는다. 그래서 얼마를 받아야 할지 늘 곤란해한다. 일을 해 주고 받은 돈의 일부는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교회나 성당에 들러 함에 넣는다. 성당에 갈 때면 두어 개의 초를 켜기도 한다. 나머지는 이혼한 부인과 아들들에게 우편환으로(1970년대다.) 보낸다.      


뉴욕 경찰 전체를 적으로 돌린 경찰 제리 브로드필드.

뉴욕 경찰 비리 수사를 하는 특별 검사에게 협조하기 위해 잠시 경찰관 배지를 서랍에 넣어둔 사나이. 뉴욕 경찰 전체가 이를 갈고 있는 이 남자가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가 진짜로 살인을 했든 절대로 하지 않았든 경찰은 그가 범인이길 간절히 바란다.


매튜는 제리 브로드필드의 일을 맡았다. 그 역시 전직 경찰이지만 제리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제리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뉴욕 경찰 전체가 제리 브로드필드가 살인을 저질렀길 바라지만 말이다. 매튜는 서두르지 않고 편견에 휘둘리지 않으며 천천히 제 할 일을 해 나간다. 그의 발걸음과 시선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독자 역시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매튜가 공중전화를 걸기 위해 동전을 바꾸고 다이얼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숨을 고른다.      

이야기 속에서 죽은 사람들.

이미 죽어 사라진 사람들.

죽음이 남기는 것들.

매튜의 목소리를 빌어 담담하게 읊조리는 ‘죽음’에 대한 관조가 가슴 깊은 곳으로 흘러들었다.      

어느 정도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을 때 매튜는 공중전화를 건다.

그녀의 이름은 ‘포샤 카’. 이야기 속에서 가장 먼저 죽은 여자다.      

 “죽음이란 참으로 서서히 진행된다. 누군가 48시간 전에 이 아파트에서 그녀를 칼로 찔러 죽였지만,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얼마전, 한 지인이  죽은 가족의 짐을 정리하면서 한 말이 떠올랐다.

 “망자는 가고 없는데 구청에서 전화가 왔어요.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셨다고. 범칙금 통지서가 나왔다고.”


그랬다. 죽음은 참으로 서서히 진행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죽음의 한가운데’ 서 있을 때가 있다.

그런 날엔 동전을 잔뜩 모아 공중전화 박스를 찾고 싶을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쓰반] 62편/홍차 애호가의 보물 상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