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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ug 10. 2017

[달.쓰.반] 66편/영화 택시운전사

나는 택시 드라이버 너는 손님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 66

주의: 이 리뷰에는 영화의 주요장면 및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평일 저녁임에도 영화관에는 사람이 많았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은 것 같았다.

우리 가족도 지난 주말 내가 친구들과 휴가 간 사이

가족들끼리 영화관에 갔는데

영화가 끝나자 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지셨다고 한다. 동생의 말에 의하면 부모님의 만족도가 높은 영화였다.

다른 누구보다 아버지가 만족하셨다니 흐뭇했다. 아버지랑 극장에서 본 마지막 영화가 <화려한 휴가>였다. 그 이후로 볼만한 영화가 없다며 극장에 가지 않으셨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그 택시 기사는 어떻게 되었을까?였다.

벌건 대낮에 군인들이 시민에게 총을 쏘던 시대였으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부디 무사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최근 뉴스를 보니 그의 아들이라고 밝힌 사람이 김사복씨가 투병 끝에 병사했다는 내용을  sns에 올렸다고 한다.

몇년 전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자료를 읽다가

외신 기자가 한 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렸다는 내용을 보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몰랐다.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는데 주연이 송강호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아닌가.

송강호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울의 소시민 택시기사가 일당 10만원에 혹해 외국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에 갔다 그곳의 참상을 목격하고 외국인 기자를 진심으로 도와주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는 연기로 전달한다.

서울에서 하루 하루 먹고 살기에 바쁜 만섭은 우리나라처럼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딨냐며

데모나 하는 대학생들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

광주에서도 한발짝 떨어져 외지인의 시선으로 광주 시민들을 본다.

하지만 재식의 죽음 이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냐며 광주를 떠나고도

그의 마음은 석연치 않다. 광주에 남아있는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홀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딸에 대한 걱정,

송강호는 이 복잡한 감정을 많은 대사를 하지 않고도, 표정 연기로 보여준다. 서울에서처럼 노래를 흥얼거려보지만 더이상 예전처럼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점점 어두워지는 안색. 그는 결국 핸들을 꺾어 자신의 손님이 있는 광주로 돌아간다.

제목이 택시운전사인만큼 광주의 택시 기사들도 영화 속에서  큰 역할을 한다. 그들은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거리에 쓰러진 광주 시민들을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하고 송강호의 서울 택시가 삼엄한 군의 경계를 뚫고  광주를 빠져나가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목숨을 걸고 군인들의 탱크를  막아서는 광주 택시 행렬은 아, 이래서 제목이 택시운전사이구나 라고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광주의 택시운전사들이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겨주고, 그런 택시 기사들을 위해 기름을 공짜로 넣어주는 장면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영화의 에필로그에는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외신 기자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그는 김사복이라는  택시 운전사를 만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대한민국 서울로 달려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속 자막에 따르면 그는 끝내 김사복 기사를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만섭(송강호)이 도망치듯 광주를 빠져나왔다가

다시 광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딸에게 전화를 하는 장면에선,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건 죽을 각오를 하고 간다는 것인데

그 택시기사도 그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를 빠져나간다는 것도 죽음을 각오하고 한 일이었겠구나, 거리에 쓰러진 수많은 시민들을 차마 모른척 할 수 없었기에, 손님한테 택시비를 받은 이상 손님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고 말하는 만섭.

"나는 택시 드라이버, 너는 손님"

그는 택시기사의 직업 정신을 발휘하여 김포공항까지 손님을 안전하게 모신다.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광주 택시기사들은 물론 검문소에서 서울 택시 번호판을 보고도 눈감아준 군인까지.

(이 장면도 실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한다)

만섭 혼자였다면 광주를 빠져나가는 건 결코 불가능 했을 것이다.

이 영화가 완성도가 높은 영화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긴 힘들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수많은 광주시민들이 희생당했고,

그 참상을 목격하고

자신의 양심을 외면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그들을 도와주려 한 사람들이 있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그들의 숭고함과 용기를 기리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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