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도 광장과 신마로 (新馬路)
"오늘" 생각난 장소에 대한 비정기적 매거진 No.30
마카오에 도착한 후 호텔에 짐을 맡기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세나도 광장을 찾아간 일.
26A버스를 타도 되지만, COD에서 세나도 광장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기에
COD의 카지노쪽으로 갔다. 세나도 광장까지 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은
COD 카지노의 맞은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더 내려가면 있다.
COD에서는 마카오 공항 방면, 타이파 페리 터미널 방면 등 다양한 방면의 셔틀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행선지를 묻기에 세나도 광장이라고 했더니 마카오 반도행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세나두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중국인이 내게 중국어로 말을 시켜서 (유일하게 말할 줄 하는 중국어)로 나는 한국인이야, 라고 답했더니 이번엔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묻기에 아주 조금, 이라고 했더니 그 다음엔 내가 감당하기엔 조금 버거운 폭풍 영어 질문이 돌아왔다. 그렇게 중국인과 잠시 대화를 하는 사이, 마카오 반도행 셔틀버스가 도착했다. 다리를 건너고 20분쯤 지났을까, 보라색의 COD 셔틀버스는 마카오 반도의 그랜드 엠퍼러 호텔에 선다. COD로 돌아가는 버스도 이곳에서 타면 된다는 것을 확인한 후 세나두 광장을 향해 걷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길을 헤맸다. 구글지도를 보면서도 엉뚱한 곳으로 간 탓에 세나두 광장의 시작이라는 분수대는 찾지 못한채 골목 골목을 헤메고 돌아다녔다. 현지 주민과 경찰관에게 길을 묻고 물어 셔틀버스에서 내린지 40여분만에 세나두 광장의 분수대를 찾을 수 있었다.
분수대를 지나면 보이는 성 도미니크 성당.
성 도미니크 성당을 구경하고 에스까다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문제는 또 길을 잘못들었다는 것. 나중에 에스까다의 위치를 확인하고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분수대 광장 근처에 있는 우체국을 끼고 돌면, 조금 가파른 계단이 나오는데 그곳에 에스까다가 있다.
에스까다는 포르투갈어로 계단이라는 뜻.
한국에서도 분명히 이 정보를 확인하고 갔으나, 나는 우체국을 보고도 음? 우체통이 없네,
사진상으로는 여기가 우체국인거 같았는데, 아닌가보다.
이러면서 분수대에서 성도미니크 성당 방향쪽으로 다시 직진 본능을 발휘하였다.
하지만 성도미크 성당 방향쪽으로 다시 가봐도, 골목 골목 안 으로 들어가봐도 우체국처럼 생긴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세나도 광장 찾을 때도 구글 지도 보면서 헤맸기 때문에 이번엔 아예 켜지도 않았다.
결국 대성당 가는 길목에서 마카오의 아주머니 한분에게
에스까다(新馬路大堂街8號)의 한자 주소를 보여주며 물었더니
이 길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으면 있다고 손짓으로 알려주셨다.
에스까다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 보니, 내가 우체통이 없네? 하며 지나쳤던 그 건물은 우체국이 맞았다.
어쨌거나 20여분을 헤맨 끝에 드디어 찾은 에스까다.
아래처럼 포르투갈어로 식당 메뉴 단어 몇개를 알아갔지만,
에스까다의 메뉴판에는 영어와 포토 메뉴가 있었다.
sopa(수프) , salada(샐러드)
Legumes(야채), Caril(카레)
Arroz(밥), Peixe(생선)
Marisco(해산물), Caranguejo(게)
Bacalhau(바칼랴우/대구)
Pao(빵)
Carne(고기요리를 통칭)
Bife(소고기)
Porco(돼지고기)
pato(오리고기)
Galinha(닭고기)/갈리냐(암탉)/갈로(수탉)
vinho(와인)
에스까다에 들어간 시각은 오후 2시가 좀 넘은 시간. 점심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갔다.
우리가 자리잡은 테이블은 3층. 먼저 목을 축이려고, 포르투갈의 음료수라는 수몰을 시켰다.
맛은 김 빠진 환타맛이다.
바칼라우(상)와 아프리카 치킨(하)을 시켰다. 아프리카 치킨은 향신료 맛이 강하다. 치킨 먹다가 조그만 닭뼈가 목에 걸려 이대로라면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잠시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뒤에서 등을 세게 두드려준 덕분인지 수몰과 스프라이트까지 모두 원샷한 덕분인지 구사일생. 자나깨나 닭뼈 조심.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매캐니즈 음식도 그 일환이다.
포르투갈과 마카오의 음식의 특징이 섞인 일종의 퓨전 음식. 닭뼈 노이로제 때문인지 향신료 때문인지
아프리카 치킨은 그다지 내 입맛에 맞진 않았다. 에스까다를 나온 후에는 세인트폴 성당(성 바울 성당) 유적을 향해 걸어갔다. 육포 거리에서 성 바울 성당까지는 워낙 사람들이 많아 인파에 휩쓸리다가 얼떨결에 도착.
성 바울 성당 앞 계단에도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계단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는 그래도 좀 여유있게 앉아있었는데 여기서는 그럴 틈이 없었다.
성 바울 성당은 마카오의 랜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
마카오 비어에도 성 바울 성당 그림이 있고, 과자 케이스에도 성 바울 성당 사진이 있다.
COD로 되돌아가는 셔틀 버스 타러 가는 길에 뉴 야오한 백화점 7층에 있는 식품 코너에 잠시 들렸는데
그때 발견한 마카오 과자.
성 바울 성당 구경 반, 사람 구경 반을 마치고 우유 푸딩을 먹으러 다시 분수대 쪽으로 걸어내려왔다.
우유 푸딩으로 유명한 이슌밀크컴퍼니.
잉글리쉬 메뉴판도 있으나 PASS. 어차피 시킬 메뉴는 정해져 있다.
차가운 우유푸딩은 한잔에 $32. 먹고 있노라면 아주머니가 쉴새없이 들어오는 손님과 합석시킨다.
목이 탔는지, 폭풍흡입 완료. 우유 푸딩을 먹고 난 후 분수대 근처에 있는 환전소(왓슨스 옆)에
홍콩달러를 마카오 돈으로 바꾸러 갔다. 마카오에서는 홍콩 달러가 통용되나 파타카로 바꾸면 조금 더 이익이라고 하기에 일단 500달러를 먼저 바꾸어보았다. 홍콩 달러보다 14.5달러 더 받았다.
환전 한 후 조금 더 세나두 광장을 둘러보았다.
조금 돌아다니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져 완탕면으로 유명한 웡치케이에 밥을 먹으러 갔다.
대기번호표를 받았는데 우리 앞에 10팀 정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전광판에 대기번호가 빨리 떴다. 우리가 안내받은 곳은 2층. 식당은 3층까지 있으며 화장실은 좌식이다.
다 먹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성 도미니크 성당과 성 바울 성당쪽으로 다시 걸어가보았다.
성 바울 성당에서 내려오는 길에 어묵 거리가 있어서 후식으로 먹었다.
가격은 1개의 꼬치당 대략 8달러에서~12달러 정도 한다.
마카오 여행의 시작이라는 세나도 광장. 한자어로는 新馬路. 세나도 광장 앞 대로를 지나다니는 버스에 써있는 '新馬路', 이 단어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신작 도로가 막 생겨났을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직접 그 모습은 본 적이 없지만, 도로가 생기고 관공서와 우체국이 생기고, 길 따라 여러 상점이 들어서면서 번화해가는 거리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이어져온 번화가의 명성 그대로, 오늘날의 세나두 광장 역시 북적거린다.
오늘의 휴가는, 때때로 단어 속에 남아있는 과거의 흔적을 상상해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