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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Sep 20. 2017

[M.M.C] 48편/기사단장 죽이기/무라카미 하루키

Madam Mystery Cabinet No.48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홍은주 옮김     

 

 서른여섯의 ‘나’는 찬비 내리는 날 아내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다. 결혼 6주년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아내는 만나는 사람이 있고 그와 잤지만 이유를 묻지는 말라고 했다.

  ‘나’는 한 가지 조건을 달고 이혼에 합의한다. 오늘 당장 자신이 집을 떠나는 것. 낡은 차 한 대에 옷가지 몇 개를 싣고 집을 나섰다. 3개월 남짓 홋카이도 각지를 돌았다. 4월에도 눈이 녹지 않는 그곳에서 5월을 맞았다.


  차가 먼저 비명을 지르고 방랑을 멈췄다. ‘나’는 미술대학 친구의 도움으로 오다와라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그곳은 친구 아마다 마사히코의 아버지이자 유명한 일본화 화가인 아마다 도모히코의 집이다. 아마다 도모히코는 현재 치매에 걸려 오페라와 프라이팬의 차이도 모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마다 도모히코의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작품 속 저명한 화가의 작품 제목이자

주인공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이른바 서른여섯에서 일곱 혹은 마흔으로 나가기 위한 관문인 셈이다. 그 관문이란 것이 혹독하다.

  주인공 ‘나’는 아내의 일방적 이혼 통보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작자이다. 화가로서도 생활을 위한 ‘초상화’ 작업만 할 뿐이었다. 이렇다 할 불만도 욕심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았다. 이런 ‘나’에게 아마다 도모히코의 집에서 겪는 일련의 일은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올 해로 만 예순여덟 살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서른여섯, 애매한 젊은이의 지난한 성장통을 웅장하게 펼쳐놓았다. 오케스트라가 장엄하게 편곡한 피아노 소곡을 연주하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문장은 살아서 펄떡거렸지만 그랬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든 작가의 역사의식이 아쉬웠다.


  20세기 전반은 어떤 시대인가?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현실적 국가관이 힘을 얻는 시대였다. 그 한가운데 독일과 일본이 있다. 작품 속 저명한 화가인 아마다 도모히코는 1930년대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유학 중이었다. 그는 나치와 관련된 일로 추방되어 일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사건의 영향으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그렸다.


 주인공인 ‘나’ 또한 어떤 식으로든 기사단장을 죽여야 했다. 그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죽이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작가가 굳이 2차 세계대전의 한 가운데를 성장의 관문으로 설정한 것은 어쩌면 작가 자신 혹은 현재 일본의 과제인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설정한 것만으로도 일본 국내에서는 극우주의자들에게 매국노라는 비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다름 아닌 그가 무라카미 하루키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난징대학살’을 ‘난징대공략’이라고 표현한 혹은 할 수 밖에 없는(?)

  현재 일본의 맨 얼굴을 본 것 같아 더 그랬는지 모른다.


PS:  주인공  '나'가 그랬던 것 처럼, '일본' 역시 자신의 '기사단장' 을 죽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진심으로 그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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