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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Sep 25. 2017

[M.M.C] 49편/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Madam Mystery Cabinet No.49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THE FIRM공경희 옮김     


  스무 편의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 본 느낌이다.

존 그리샴의 작품은 따로 대본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았다. 소설의 한 장 한 장이 곧바로 영상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교하고 지나치게 꼼꼼한 묘사로 가득하다. 그래서 눈이 아팠다. 눈이 아팠지만 눈을 뗄 수는 없었다.


 원작의 영화화는 이미 1993년에 이루어졌다. 서른한 살의 톰 크루즈는 스물다섯의 미첼 맥디르를 연기했다. 그는 “뛰어난 두뇌와 야망에 인상까지 호감이 가는”(본문 P5) 역에 안성맞춤이었다.

  원작의 시작은 면접 장면이다. 하버드 법대의 졸업을 앞두고 있는 주인공이 맴피스에 있는 법률회사의 이사진과 면담하는 장면. 5페이지부터 장장 50페이지에 걸쳐 회사가 얼마나 파격적인 대우와 연봉을 주는지에 대한 묘사이다. 참고로 미첼은 아직 변호사 자격증도 없다.


 미심쩍기 짝이 없었다. 이 법률회사는 젊고 열정적이며 야망이 넘치는 뛰어난 인재를 원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가정환경을 따진다. 십중팔구 쪼들려야 하며 기댈 수 있는 부모나 친지 혹은 재산이 없어야 한다. 반드시 기혼이어야 하며 백인 남자여야 한다. 미첼은 어느 모로 보나 적합했다.


  미첼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연봉은 입이 벌어질 정도였고 회사는 가족적이었으며 자신은 얼마든지 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단 하나, 회사는 은퇴 전에 회사를 그만둔 변호사는 없었지만 죽은 사람은 다섯이나 되었다. 사망률이 높았다. 미첼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FBI 요원이 그에게 접근해 왔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회사의 고용주인 마피아와 FBI, 그 둘 모두 그를 이용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


  마피아와 FBI. 합법성의 여부를 제외하곤 모두 물리력을 동원하는 두 집단으로부터 미첼은 자신과 아내 그리고 형의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

 

 첫 장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뛰어난 두뇌를 이용해 거대한 폭력 집단으로부터 살아남는다. 게다가 FBI로부터는 100만 달러를, 회사로부터는 1천만 달러를 빼냈다. 물론 그와 아내 애비 그리고 형 레이는 평생을 다른 이름과 신분으로 떠돌며 살아야 한다. 그것을 주인공 미첼의 야망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심하다.


  차라리 운 때문이라면 모를까? 물론 너무나 파격적인 대우에는 함정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지 않은 것. 그  대가로 백만장자 떠돌이 되어야 한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작품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P.S: 그래서 그들이 바다로 간 까닭은? 육로가 막혔기 때문이었다. 원제인 THE FIRM이 더 으스스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시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20세기 말이었다면?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도 괜찮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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