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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pr 15. 2018

[SF를 찾아서] 4편/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 / 아작(2015)/SF 풍자소설

그때그때 생각나면 찾아오는 비정기적 SF 장르 리뷰 No.4


오늘 아침, 평소와는 조금 다른 출근길을 택했는데,

국가 기관이 교통카드 기록을 보고, 비정상적인 루트로 출근한 이유가 뭐냐고 따져묻는다면?

학교에서 도서관 책에 태그를 부여해, 교내에서 그 책을 지니고 있는 

학생들의 이동경로를 추적한다면?

국가기관이나 회사, 학교가 메신저나 인터넷으로 친구, 동료들과 나눈 사담의 모든 내용을 

전부 수집하고 있다면?


위 내용은 코리 닥터로우의 근미래 디스토피아 SF소설 <리틀 브라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위와 비슷한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리틀브라더>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빅브라더'에서 따온 이름이다.


2008년에 출간된 <리틀브라더>의 배경은 근미래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에서 테러가 일어나자, 국토안보부는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감시한다.

이에 대항하는 주인공은 열일곱살 소년 마커스. 


테러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 만으로 

순식간에 테러용의자가 되어 국가 기관에 잡혔다 고초를 당하고 풀려난 마커스는 

국가기관의 통제에 반발하여

엑스박스를 이용한, 새로운 인터넷 엑스넷을 보급하고, 

'마이키'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국가 기관이 국민들의 인터넷 사용기록을 검열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엑스넷은 점점 테러용의자들의 아지트 혹은 '반'국가세력의 거점으로 몰리게 된다.


국토안보부가 엑스넷의 지도자를 잡는데 혈안이 되자, 

마커스는 기자회견을 연다.


P.313

안녕하세요. 모두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마이키입니다.

저는 지도자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기자 여러분 주위에는 저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 이용자들이 많습니다. 

제가 엑스넷을 사용하는 것은 자유와 미국 헌법을 믿기 때문입니다.

제가 엑스넷을 사용하는 것은 국토안보부가 우리 모두를 테러 용의자로 취급하며

샌프란시스코를 경찰국가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제가 엑스넷을 사용하는 것은 권리장전을 파기하는 식으로는 결코 자유를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학교를 다니며 헌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나라의 자유를 사랑하며 자랐습니다. 

혹시 저에게 이념이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이런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류가 정부를 조직했으므로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피통자의 동의에서

비롯된다. 또 어떤 형태의 정부든 이러한 목적을 파괴할 때에는 인민은 정부를 바꾸거나 폐지하고,

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원리를 바탕으로 그런 형태의 권력을 조직해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 제가 쓴 글은 아니지만, 저는 이것을 믿습니다. 국토안보부가 우리의 동의 없이 통치해서는 안 됩니다.

> 감사합니다.


하지만 마커스의 의도와는 달리, 언론은 자극적으로 헤드라인을 뽑아낸다.


엑스넷 지도자 "나는 총을 가지고 비행기에 탈 수 있다"

"국토안보부는 내 동의를 받지 않고 통치한다"

엑스넷 아이들 "미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나가라"


그나마 그중 괜찮은 헤드라인이 이런것들이다.


그런데 청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때문인지

소설 중후반부까지는 주체적으로 국가 기관에 대항하던

마커스가 결말부분에서는 결국 부모님과 부모님의 친구인 기자 등 

어른들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커스가 어른들의 도움없이 끝까지 투쟁하기란 어려웠을까?

아무래도 미성년자라는 한계도 있고, 

현실적으로는 결말 부분에서는 어른들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독자로서 완전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가 없어서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새로운 SF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

SF소설 하면, 외계인이나 인공지능 같은 것을 먼저 떠올리는데, 

테러방지법을 가지고도, SF소설을 쓸 수 있다니. 

결국 SF는  장르의 구분일뿐,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다.



신용카드와 휴대폰, 인터넷.

우리가 이것들로 평소에 누리는 어마어마한 

편리성이 '누군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통제 수단이 되어 

우리를 겨누는 양날의 검이란 것.

리틀브라더를 읽으며 새삼 깨달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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