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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Oct 21. 2018

[달쓰반] 78편/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R04/ 김경주 시집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 78

이미지 출처 : 알라딘(www.aladin.co.kr)

       

며칠 전, 시집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오랜만에 책 선물, 그것도 시집을 선물 받고서

시를 읽은지도 참 오래되었구나, 하며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집에 똑같은 제목의 시집이 한 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을 사놓고도, 종종 그 사실을 잊어버려 똑같은 책을 사는 경우도 몇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제목은 같았지만 출판사도, 표지도 다른 책이었다.


그러니까 약 십여년전쯤, 나는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나온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좌)를 샀고,

올해는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우)를 선물 받은 것이다.

내가 십여년전에 샀던 시집을, 십여년이 흐른뒤 다시 선물받다니.

이 책은 십여년 동안 어떻게 변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음, 우선 책값은 6000원에서 8000원으로 2000원 인상되었고,

랜덤하우스판은 초판을 2006년에, 문지판은 2012년에 찍었다.

나는 랜덤하우스판 14쇄를 2009년에 구입했고, 

2018년에 문지판 9쇄를 선물받았다.




랜덤하우스판에는 시인의 사진이 좌편에, 시인의 말이 우편에 수록되어 있다.

문지판에는 사진이 없고, 2006년 여름에 쓴 시인의 말이 좌편에,

2012년 가을에 쓴 시인의 말에 우편에 나란히 수록되어 있다. 

문지판 책 날개에는 작가의 프로필이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되어 있지만, 

랜덤하우스판 책 날개에는 프로필만 단출하게 적혀 있다.

시의 수록 순서도, 많이는 아니지만 일부 바뀌었다.

랜덤하우스판의 해설은 강정 시인이,

문지판의 해설은 이광호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시집의 구성은 이렇게 바뀌었는데,

그럼 이 시집에 대한 나의 감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때 좋았던 시는 여전히, 좋다.

그때 무심코 넘겼던 시는, 여전히 그럭저럭이다.

사람의 감성은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나보다.


그때도, 지금도 조용히 내 마음을 두드리던 문장.


P.47

언젠가 나도 저런 모습으로 내가 살던 시간 앞에 와서

꿈처럼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중략)

어떤 방(房)을 떠나기 전, 언젠가 벽에 써놓고 떠난

자욱한 문장 하나 내 눈의 지하에

붉은 열을 내려보내는 밤, 

나도 유령처럼 오래전 나를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中 에서 


랜덤하우스(랜덤시선 16)판에는 이 시가 48쪽과 49쪽에 수록되어 있다.

시의 내용 중 달라진 것은 마침표 하나가 없어졌을뿐.


하지만, 새롭게 내 마음에 들어온 문장도 있다.


P.75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가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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