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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쓰반] 78편/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R04/ 김경주 시집

by 이야기술사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 78

뒤표지.jpg 이미지 출처 : 알라딘(www.aladin.co.kr)


며칠 전, 시집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오랜만에 책 선물, 그것도 시집을 선물 받고서

시를 읽은지도 참 오래되었구나, 하며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집에 똑같은 제목의 시집이 한 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을 사놓고도, 종종 그 사실을 잊어버려 똑같은 책을 사는 경우도 몇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제목은 같았지만 출판사도, 표지도 다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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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약 십여년전쯤, 나는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나온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좌)를 샀고,

올해는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우)를 선물 받은 것이다.

내가 십여년전에 샀던 시집을, 십여년이 흐른뒤 다시 선물받다니.

이 책은 십여년 동안 어떻게 변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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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우선 책값은 6000원에서 8000원으로 2000원 인상되었고,

랜덤하우스판은 초판을 2006년에, 문지판은 2012년에 찍었다.

나는 랜덤하우스판 14쇄를 2009년에 구입했고,

2018년에 문지판 9쇄를 선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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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하우스판에는 시인의 사진이 좌편에, 시인의 말이 우편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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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판에는 사진이 없고, 2006년 여름에 쓴 시인의 말이 좌편에,

2012년 가을에 쓴 시인의 말에 우편에 나란히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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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판 책 날개에는 작가의 프로필이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되어 있지만,

랜덤하우스판 책 날개에는 프로필만 단출하게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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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수록 순서도, 많이는 아니지만 일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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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하우스판의 해설은 강정 시인이,

문지판의 해설은 이광호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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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구성은 이렇게 바뀌었는데,

그럼 이 시집에 대한 나의 감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때 좋았던 시는 여전히, 좋다.

그때 무심코 넘겼던 시는, 여전히 그럭저럭이다.

사람의 감성은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나보다.


그때도, 지금도 조용히 내 마음을 두드리던 문장.


P.47

언젠가 나도 저런 모습으로 내가 살던 시간 앞에 와서

꿈처럼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중략)

어떤 방(房)을 떠나기 전, 언젠가 벽에 써놓고 떠난

자욱한 문장 하나 내 눈의 지하에

붉은 열을 내려보내는 밤,

나도 유령처럼 오래전 나를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中 에서


랜덤하우스(랜덤시선 16)판에는 이 시가 48쪽과 49쪽에 수록되어 있다.

시의 내용 중 달라진 것은 마침표 하나가 없어졌을뿐.


하지만, 새롭게 내 마음에 들어온 문장도 있다.


P.75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가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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